[부산/경남]홍보물 발송은 “OK” 주소 확보는 “알아서”

  • 입력 2004년 3월 30일 19시 17분


“예비후보가 홍보 인쇄물을 보낼 수 있는 길만 열어두었지 선거구민 주소 등 자료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두루미가 맛있는 음식을 호리병에 담아 여우에게 권하는 꼴이지요.”

경남 의령-함안-합천 선거구의 예비후보 A씨는 30일 “자원봉사자들이 며칠 동안 밤을 새워가며 홍보물을 보낼 주소를 정리했지만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반송(返送)을 각오하고 이날 6000여통의 인쇄물을 발송했다. 정치신인인 그로서는 놓칠 수 없는 홍보 기회이기 때문이다.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예비후보가 선거구내 세대 수의 10분의 1 이내에 해당하는 수(2만 명을 넘길 수 없음)만큼의 인쇄물을 한차례 발송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외국의 제도를 참고하고 연구를 거듭해 만든 획기적 제도인 예비후보 홍보인쇄물 발송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소극적 업무처리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조직과 자료를 구축한 현역 의원과는 달리 처음 정계로 진출하려는 신인들은 선거구민의 주소를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대부분의 예비후보는 그동안 받아둔 명함과 전화번호부를 정리해 우편물을 발송했으나 번지와 아파트 호수, 세대주 이름이 틀려 수 백 통씩 반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지역의 세대나 아파트, 사무실에 배달된 경우도 상당수였다.

창원갑 선거구의 예비후보 B씨는 “전화번호 CD에서 주소를 뽑아 7000여 통을 보냈지만 350통 가까이 되돌아 왔다”고 말했다.

다른 선거구의 예비후보 C씨는 “예비후보도 ‘준(準) 공인’인 만큼 선관위가 선거인 명부를 제공해야 홍보인쇄물을 제대로 발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선관위의 한 직원도 “헌법 115조는 선거와 투표사무에 관해 행정기관은 선관위의 지시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선관위가 예비후보에게 선거인 명부를 넘겨주도록 자치단체에 지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선관위 관계자는 “예비후보에게 선거인 명부를 제공하라는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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