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형성된 동아일보의 이미지는 1970년대까지 내내 이어졌다. 내가 대학을 다니고 제적을 당하고 방랑생활을 하던 1970년대 동아일보는 젊은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애독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사실 신문 하면 동아일보를 연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1975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수호운동이 대량해직으로 이어지면서 동아일보의 날카로운 필치는 언젠가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유능한 기자들 가운데 동아일보를 떠나는 사람도 생겨났고 애독자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으며 그 대신 다른 신문사에 대표신문사로서의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동아일보가 이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그것이 고통스럽다고 하더라도 동아일보가 과거의 영광을 왜 잃어버렸는지에 대한 철저한 자기 성찰과 뼈아픈 노력이 경주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동아일보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헷갈리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참여민주주의, 시민사회, 다양성과 합리성, 투명성과 책임성, 국민적 통합, 국제적 기준 등에 대해 때로는 거부감을 갖고 있거나 몰이해를 드러내는 적도 없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조중동’이라는 이름아래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신문으로 낙인찍혀 왔다. 동아일보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여전히 동아일보라는 그 이름에 대한 향수와 추억과 미련이 남아 있다고 본다. 아직도 그 어떤 신문보다도 동아일보는 가장 민족적이고 국민적인 신문으로서의 브랜드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국민들의 기대에 걸맞은 신문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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