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운행 첫날 “빠르긴 한데 시끄럽고 좁아요”

  • 입력 2004년 4월 1일 18시 49분


1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관람객들이 봄 햇살 속에 50여마리의 홍학이 추는 ‘봄의 왈츠’를 바라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용인=김동주기자
1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관람객들이 봄 햇살 속에 50여마리의 홍학이 추는 ‘봄의 왈츠’를 바라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용인=김동주기자
1일 오전 5시반 서울역에서 고속철도(KTX) 51호차(기관사 황재경·黃在暻)가 미끄러지듯 7번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기적을 울리며 한국 고속열차의 상업운행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51호차는 정원 935명 중 840여명을 태우고 광명 천안아산 대전 동대구 구포 등 5개역에 정차한 뒤 3시간 만인 오전 8시반 부산역에 도착했다.

고속열차를 타고 육지에서 ‘시속 300km’를 처음 경험한 승객들은 “빠르지만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우성문(禹盛文·32)씨는 “소음이 심하고 좌석도 불편했다”고 말했다.

특히 승객들은 서울∼대구 구간에만 50개가 있는 총연장 77.5km의 터널 내부에서 큰 불편을 느꼈다. 고급승용차처럼 조용히 평야를 달리던 고속열차가 터널에 들어서면서 순간적으로 차내 소음이 70∼78dB까지 치솟아 졸던 승객이 깜짝 놀라 깼을 정도.

고속도로나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는 혼잡한 시내 도로 소음이 약 70dB. 85dB 이상은 청각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수준이다.

또 일반석 의자의 간격이 일본 신칸센(104cm)보다 좁은 93cm에 지나지 않는 데다 등받이가 10cm 정도밖에 젖혀지지 않아 승객들은 부산까지 꼿꼿이 앉아 있어야 했다.

이날 오후 2시15분경 서울역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 소속 회원 20여명이 휠체어로 개찰구를 막고 탑승을 요구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제때 탑승하지 못해 동대구행 117호 열차 출발이 5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철도청측은 “특실 2석에 한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며 일반석은 휠체어를 다른 곳에 보관한 뒤 승차해야 한다”고 설득했으나 이들이 휠체어 승차를 요구하자 탑승을 막고 열차를 출발시켰다.

이날 철도청은 128회(편도·전체 11만9680석) 운행하며 승객 7만여명을 실어 날랐다.

평소 하루 새마을호 이용객 2만440명(좌석점유율 70%)의 3배 가까운 수치다. 이날 고속열차의 좌석점유율은 약 60%였다. 1일 현재 3일 경부선 하행선 좌석은 100% 팔렸으며 호남선 좌석예매율은 87%다.

근거리 위주로 운행 횟수가 크게 줄어 재편성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의 예매율은 경부선 95%, 호남선은 90%로 크게 치솟았다.

KTX 개통 전 일반열차의 좌석점유율은 경부선 80%, 호남선 60% 수준이었다.

항공사는 고속철도 정차 도시의 운항 횟수를 최고 70%가량 줄였지만 좌석점유율은 70∼96%로 자리가 남았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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