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품귀 여파로 소비재값 인상

  • 입력 2004년 4월 6일 16시 03분


중국 경제의 과열로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철광석 값의 인상여파가 후방산업에 밀려오고 있다. 가전, 자동차, 타이어, 악기업체 등 소비재 기업들도 하반기부터 판매하는 신상품부터 원자재 값 인상을 반영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16일 주문 분부터 조선용 후판(厚板)의 가격을 t당 7만원 인상한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의 조선용 후판의 기준가격은 t당 52만5000원에서 59만5000원으로 인상된다. 동국제강은 한 달 전에도 조선용 후판의 가격을 t당 6만5000원을 올렸다.

INI스틸도 고철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기 위해 6일 판매부터 H형강 및 일반 형강 등 형강류의 가격을 t당 59만8000원에서 62만5000원으로 2만7000원 인상했다. INI스틸은 한 달전에도 t당 가격을 4만원 인상했다.

현대하이스코, 유니온 스틸, 동국제강도 4월부터 자동차, 가전회사, 건자재업체, 음료업체에 공급하는 냉연코일의 t당 판매가격을 20% 이상 올렸다.

핫 코일(열연코일)과 냉연코일, 후판, 선재 등 대부분의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포스코도 곧 제품가격 인상을 발표할 계획. 연초에 가격을 올린 이들 업체들이 또 가격을 올린 것은 신일본제철, JFE스틸 등 일본의 고로(高爐)업체들이 올 2분기 대한(對韓)수출가격을 30%인상하는 등 국제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

한편 자동차 회사 및 부품업체, 가전, 건설자재업체들은 소비자의 가격저항을 우려해서 기존제품 값은 올리지 않고 신제품부터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LG전자 창원공장 구매 팀의 한 관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은 철판가격이 원가의 10%를 차지하는데 공급가격이 작년 연말부터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되고 있다"며 "내수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가격을 인상하기는 힘들어 신 모델부터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판가격이 매출원가의 10%를 차지하는 자동차업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부품업체들이 원재료 값의 인상으로 납품 값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이고 철판공급 가격도 금년 들어서만 30%이상 올랐기 때문.

코일 스프링을 생산,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대원강업의 방희용 이사는 "철강 원자재 값이 올 들어 29%가 올랐지만 현대 기아차가 납품가 25%인상을 받아줘 한숨 넘겼다"며 "철강 값이 또 오른다면 완성차업체도 소비자 가격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 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당장 소비자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고 새로운 차종을 내놓거나 연식을 바꿀 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타이어코드, 피아노 줄이나 피아노 프레임 값이 올라 부담을 안고 있는 타이어회사나 피아노 회사도 신제품부터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배 가격을 수주와 함께 계약을 하는 조선회사들도 신규 수주 분부터 원자재 값 인상을 반영할 예정이다.

◆생산자 물가 9개월 연속 상승

지난달 생산자 물가가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과 때 아닌 폭설로 인한 농산품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9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생산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의 생산자 물가지수는 106.6으로 2월의 105.6에 비해 0.9% 올랐다.

생산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5월 101.0에서 6월 100.5로 하락했다가 7월 100.7로 상승세로 돌아선 뒤 9개월 연속 상승했다. 또 지난해 12월 102.9, 올해 1월 104.3, 2월 105.6 등으로 올해들어 상승폭이 커졌다.

또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생산자 물가는 1년 전인 작년 3월보다 4.4%가 올라 2월의 4.5%에 이어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이익노(李益魯) 한은 물가통계팀 차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상승 압박을 받아온 제조업체들이 최근 원가부담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면서 "생산자 물가 상승은 소비자 물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원유가가 하락해야 상승세가 수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중 생산자 물가는 폭설의 영향으로 농림수산품이 전월보다 3.5%나 뛰었고 공산품도 원유 곡물 고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를 반영해 1.4%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 중에서 배추가 전월보다 38.9%나 올랐으며 생강(35.1%) 닭고기(28.3%) 계란(26.5%) 상추(19.0%) 배(17.4%)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공산품 중에서는 망간철이 32.2%나 올랐으며 압연기(25.0%) 연괴(17.2%) 대형형강(14.3%) 에틸렌글리콜(13.4%) 등의 오름폭이 컸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