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행정 업무에 과감히 ‘아웃소싱’을 도입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아웃소싱이란 물적 인적 자원을 조직 외부에서 조달해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경영 기법.
강남구는 많은 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함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공무원은 관리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많은 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강남구의 생각이다.
▽첨단장비로 효율성 두 배=강남구는 2001년 간선도로의 청소를 민간에 위탁한 데 이어 2002년부터는 뒷골목 청소까지 총 11개의 민간업체에 맡겼다.
예전에는 담당 부서에서 일일이 청소를 감독해야 했지만 구역별로 나눠 민간에 위탁하니 서로 경쟁이 붙어 거리가 훨씬 더 깨끗해졌다. 담당부서는 쓰레기 수거에만 급급했던 예전과 달리 재활용 등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업체들은 다음해에도 다시 구와 계약하기 위해 낙엽진공청소기 등 첨단 장비를 경쟁적으로 도입해 청소를 인력 중심에서 장비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지난달 4일 100년 만의 ‘3월 폭설’이 내렸지만 강남구는 이면도로까지 대부분 5일 새벽에 제설이 완료됐다. 구 관계자는 “그런 폭설에는 보통 전 직원이 동원되지만 대부분 당황해 허둥지둥하게 된다”며 “제설 전문업체 직원이 숙련된 기술과 최신 장비를 동원해 금방 끝냈다”고 말했다.
▽건축 민원 해결=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골머리를 앓는 일은 건축과 관련된 민원이다. 강남구는 재작년에 관내 건축사 중 20여명을 선발해 건축 민원을 맡겼다. 물론 최종 처리는 공무원이 하지만 현장 조사나 민원인과의 대화는 건축사들의 몫.
특히 구는 이들과 계약할 때 ‘업무 수행시 뇌물을 받으면 받은 돈의 100배를 보상한다’는 규정을 포함시켰다.
강남구 정연진 건축과장은 “민원인 가운데 공무원은 무조건 건축업자 편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 공무원의 말을 잘 믿지 않는데 전문가가 나가 처리해 주니 신뢰를 갖는다”며 “시장판 같던 건축과가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원 건수가 20% 이상 줄었으며 정원이 29명이던 건축과는 25명으로도 잘 운영되고 있다.
▽“무조건 도입은 금물”=이런 강남구의 아웃소싱 행정에 대해 타 자치구는 “돈이 많으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에 대해 강남구 남원준 행정관리국장은 “아웃소싱은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해 돈이 더 적게 들며 설사 조금 더 든다고 해도 일을 제대로 해서 주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웃소싱이 꼭 좋다 나쁘다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민간업체는 아무래도 영리 추구에만 전념하기 쉬우므로 공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고, 공정한 업체 선정으로 특혜 시비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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