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조기 교육, 글쎄요! 느림보 학습법 어때요”

  • 입력 2004년 4월 8일 15시 44분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100%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개인별, 환경간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만난 교수, 의사 등 전문가들은 대부분 과도한 조기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느림보 학습법’을 주장한다.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영유아 교육 연구과정을 밟았던 그는 자신의 아이들(현재 중1, 초등학교 3학년)을 기르는 동안 사회성 발달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신 교수가 말하는 ‘느림보 학습법’은 쉽게 말해 ‘아이가 하고 싶어 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언어적 능력과 비언어적 능력을 균형 있게 키우는’ 것을 말한다. 현실에서 부닥치는 문제에 대한 신 교수의 조언.

○ 조기교육을 시켜야하나

아이의 신경계가 성숙해서 학습 자극을 이해해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돌만 지나면 책을 들이미는 부모들이 있다. 걷지도 못하는데 날게 하려는 것이다.

아이가 학습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경우 심하게 거부하기도 하지만 순응하면서 단순히 외워버리는 것으로 피해가는 아이들도 있다.

의미도 이해를 못한 채 조건반사식으로 외워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균형적으로 키울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면 일단 아이가 원하고, 하고 싶어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병원에 오는 아이들 중에 엄마 얼굴을 드라큘라로 그리는 애들이 있다. 아동기 때, 저학년 때 원하지도 않는 조기 교육을 심하게 강요받은 아이들이 많다.

○ 옆집 애는 영어를 배운다는데

영어를 빨리 배우면 모국어처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생활 속에서 영어가 자연스럽게 학습될 때나 가능한 얘기다. 그런 연구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부모가 생활 속에서 영어를 쓴다는 전제가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하니까 불안한 마음에 영어공부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언어라는 것은 아주 다양한 측면들이 한데 어우러져 생활 속에서 적용돼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현행 교과과정상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게 되는데 이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 책이나 비디오를 많이 보는데

저학년, 특히 아동기 때는 간접 경험보다 직접 경험이 더 중요하다. 책이나 비디오는 간접 경험은 많이 주지만 직접 경험은 줄 수가 없다.

또 추상적인 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시기에 책이나 비디오를 많이 볼 경우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TV나 비디오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보지 못하도록 부모가 조절을 하고 있다.

○ 취학 전 학습 준비는

대개 인지적인 면만 고려하는데 이 외에 정서적, 사회적인 측면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입학 전에 부족한 점이 많은 아이라도 처음 1년 동안 상당히 많이 배우고 발전을 한다. 학습 면에서 부족하더라도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너무 앞서 나가면 초반에 수업에 흥미를 잃을 우려도 있다.

물론 요즘은 상황이 과거와는 다르고 선행학습을 감안해서 진도가 나가므로 취학 전 학습이 없었을 경우 아이가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만 해소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 아이보다 부모가 문제

오히려 부모가 아이보다 더 문제가 많은 경우가 있다. 아이가 학습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 학원이나 학습지를 줄이라고 하면 엄마들이 “못한다”며 급기야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경우도 있다.

“알겠다”고 한 엄마들도 다음번에 찾아왔을 때 아이한테 물어보면 전혀 공부 양을 줄이지 않고 있었다.

조기 교육 붐은 교육 상품을 더 팔기 위해서, 좀 더 자극적으로, 극소수에 해당하는 일을 전체인 것처럼 포장한 결과이기도 하다.

연세대 신의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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