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5시경 충남 아산경찰서에 격앙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고속철도 천안아산역 주변에서 영업하다 주사기 바늘에 타이어가 펑크 난 택시기사들의 제보였다.
경찰은 신고 내용과 최근 두 지역 택시업계의 천안아산역 영업권 다툼으로 미뤄 ‘고의 범행’ 가능성부터 수사했다.
그동안 두 지역 택시업계는 “역사가 아산에 있으니 아산 택시만 영업해야 한다” “고속철 이용객은 천안 주민이 더 많기 때문에 천안 택시도 영업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수개월 전부터 맞서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은 주사기 제조업체가 천안아산역 주변도로에 바늘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주사바늘 소동’을 예사롭지 않은 사건으로 보고 있다. 두 지역 간에 쌓인 일촉즉발의 감정 상태를 단적으로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지역간 갈등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택시업계 갈등은 역사 위치가 정해진 1996년부터 예견됐지만 건설교통부는 그동안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수년간 두 지역이 수백여 차례의 집회를 열며 사생결단식 투쟁을 벌인 역사명칭 갈등도 마찬가지.
건교부는 2000년 충남도가 두 지역의 합의를 토대로 ‘장재역’(천안아산역의 행정지역인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 중재안으로 내놨으나 ‘장지역’으로 불릴 수 있다거나 생소하다는 등의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2003년 ‘천안아산역’으로 결론냈다. 이에 다시 아산지역이 반발하자 ‘천안아산역(온양온천)’이라는 기형적인 이름으로 바꿨다.
역사 명칭을 둘러싼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아산시가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데다 아산지역의 총선 출마자들이 “당선되면 변경하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지난달 중순 고속철도역 도로표지판을 아산 주민들의 투표까지 거쳐 확정한 ‘천안아산역(온양온천)’ 대신에 ‘천안아산역(고속철도)’라고 결정해 아산지역의 반발을 불렀다. 건교부가 괄호 속에 ‘고속철도’라고 표기한 것은 온양온천 지역(아산시 온양 1, 2동)과 장재리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아산지역의 반발로 건교부가 다시 괄호 속에 ‘온양온천’이란 표기를 넣도록 했으나 천안시가 건교부의 결정대로 ‘고속철도’라고 표기해 결국 이 문제는 두 지역의 새로운 갈등으로 비화됐다.
자치단체 간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를 주선해야할 정부가 대립의 불을 지피고 기름을 붓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된다.
아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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