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한국 그림책에 대한 불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문 작가가 많지 않고 그림의 질도 떨어집니다. 우선 유능한 화가들이 그림책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고 편집자가 그림을 보는 안목을 갖추지도, 출판인이 그림책에 투자하지도 않았고요.”
미혼인데다 출판 전문가도 아닌 김씨가 비평서를 냈다는 것에 처음에는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러나 두세 쪽만 읽어보면 332쪽이나 되는 분량의 책이 저자의 심미안과 그간의 조사와 연구의 결과라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림책에도 미술에서 사용하는 미적 체계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 비평서를 쓰게 됐습니다. 그림책을 제대로 보려면 보는 이의 예술적 감성과 오랜 훈련이 필요하지요.”
이 책을 위해 프랑스와 한국의 도서관과 서점을 얼마나 많이 드나들었던지 파리시립어린이도서관장 비비안 에즈라티과 친해져 함께 어린이책과 문화교류에 대한 책을 쓰기로 했을 정도. 또 일곱 명의 조카와 뒹군 덕분에 아동심리와 양육태도를 꿰뚫을 수 있었다.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것은 중요합니다. 교류와 공감의 시간이지요. 글을 깨치더라도 점차적으로 혼자 읽을 수 있도록 해야지 갑자기 함께 보기를 그만두면 책 읽기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 책을 좋아하지 않게 됩니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만 일곱 살은 중요한 나이. 이후 과학적 합리적인 사고는 발달하지만 예술적 감수성은 오히려 퇴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김씨는 풍부한 상상력은 경험에서 나오며 그것을 가능하도록 돕는 것은 시각적 경험이기 때문에 그림책은 일곱 살 이후에도 계속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은 단순하고 정직하며 머리 보다는 가슴으로 느낍니다. 그래서 그림책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그림책 제작자는 이 책을 읽고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부모는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안목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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