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완주·崔完柱)는 12일 “피고인이 SK에서 받은 7000만원과 달리 금호에서 받았다는 3000만원은 자백 이외의 보강증거가 부족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 판결만 놓고 보면 기소된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했는데도 오히려 재판부가 “금호에서 3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이례적인 선고가 이뤄진 배경에는 항소심 재판에서 다급한 처지에 처한 박 씨의 사정과 이를 감안한 재판부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씨는 이날 선고가 내려진 혐의 이외에 대북송금 사건과 현대비자금 사건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결심을 앞두고 있었다. 박씨 처지에서는 2개의 사건에 대해 별도의 선고를 각각 받는 것보다 1심 사건을 항소심 재판에 병합해 한 차례만 선고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이 때문에 박씨측은 추가 기소된 사건에서 1심 선고를 빨리 받기 위해 자신에 대한 방어를 포기하고 있는 형국.박씨측은 또 오른쪽 눈 녹내장으로 인해 그가 영구 실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재판을 빨리 끝내려 한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주흥·李宙興)는 이날 오후 박씨에 대한 항소심 심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박씨측의 병합심리 요청을 받아들여 재판을 26일로 연기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