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강원 양구군에서 숨진 채 발견된 토종 여우가 복원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토종 여우의 사체에서 다행스럽게도 살아있는 정자가 채취됐기 때문이다.
국립환경연구원 유병호 동물생태과장은 12일 “토종 여우의 정자 1cc를 채취해 냉동 보관 중”이라며 “국내에서 사육 중인 암컷 여우의 난자와 토종 여우의 정자를 인공 수정해 2세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연구원은 여우가 발견된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서 여우를 봤거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제보를 입수해 다음달부터 정밀 실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환경연구원은 이미 숨진 토종 여우가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무인 카메라를 설치했다.
환경연구원은 이날 △이 여우는 독극물 중독으로 죽지 않았고 △입가의 혈흔은 혀를 깨물어 생겼으며 △굶어 죽은 것도 아니라는 최종 부검결과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여우의 사인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환경연구원은 사람의 사인을 밝혀내는 전문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여우가 독극물에 중독된 동물을 먹고 죽었더라도 사체가 발견된 뒤 긴 시간이 지나 사인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면서 ‘조사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토종 여우 사망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숨진 토종 여우는 조만간 박제로 만들어져 학습용으로 전시된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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