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삶]첼리스트 고봉인군 하버드 생물학전공 입학

  • 입력 2004년 4월 13일 18시 21분


하버드대 입학 허가를 받은 첼리스트 고봉인.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하버드대 입학 허가를 받은 첼리스트 고봉인.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실험실에서 연구에 열중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FM 라디오에서 제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꿈꾸는 미래상이죠.”

첼리스트 고봉인군(19)이 하버드대생이 된다. 고군은 최근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로부터 동시에 입학허가서를 받고 하버드대 생물학 전공으로 입학을 결정했다.

고군은 올 1월 서울 예술의 전당 신년음악회에서 정명훈 지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드보르자크 협주곡 b단조를 협연했고, 지난해 11월엔 제1회 경남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주인공. 생명과학자 고규영 교수(한국과학기술원)가 그의 아버지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살았죠. 어머니는 바이올린을 배우는 누나를 레슨 장소로 데리고 가면서 저를 아버지 연구실에 맡겨두곤 했어요. 항상 뭔가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실험실을 집처럼 여기며 자랐죠.”

여섯살 때 전설적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의 CD를 듣고 “나 첼로 할래요”라고 말했다. 열살 때 귀국해 전주에서 중학교에 다니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정명화 교수에게 배웠다. 1999년 열네살 때 독일로 건너가 세계적 첼로교육자 다비드 게링가스의 제자가 됐다.

“독일에선 영어와 독일어로 수업하는 존 F 케네디 고교에 다녔어요. 마지막 학기에 경남국제콩쿠르와 예술의 전당 신년음악회 준비를 하느라 학점이 좋지 않았죠. 지원서를 보냈더니 하버드대측에서 한 학기 학점이 낮은 이유를 설명하라며 기회를 주더군요.”

그가 하버드를 지망한 이유는 첼리스트 요요마 등 연주가들을 위한 배려가 많기 때문. 철학을 전공 중인 첼리스트 장한나는 그의 3년 선배가 된다. “한나 누나는 배울 점이 많은 선배 첼리스트라고 생각해 왔어요. 캠퍼스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미국 일류대를 지망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뿐 아니라 에세이 작문, 특별활동 경험 등을 종합평가하는 만큼 공부만 외곬으로 파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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