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종로는 안녕하신가/바뀐 도심 차도만 쭉쭉빵빵

  • 입력 2004년 4월 15일 15시 52분



한양대 도시공학과 최종현 교수는 1982년 서울 사대문안의 주요 가로(街路)를 팀과 함께 훑으며 2500여장의 사진을 찍었다. 서울시가 맡긴 ‘서울특별시 주요간선도로변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위해서였다. 최 교수는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중 한 사람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수도 서울의 상징 거리를 만들기 위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건축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전통성과 고유성을 살리면서 규모 있고 정돈된 거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83년 2월 최종 보고서는 ‘구 태화관∼화신(종로1가)’지구 도시설계 계획안을 제시했다.

△무교동 청진동은 서민들의 주점 골목으로 남기고 △종로 쇼핑 거리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무교동 낙지골목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블록 안을 높이 제한(3층 이하)구역으로 지정하고 △거리의 연속성이 파괴되지 않도록 단위지향적(블록형) 고층건물을 지양하며 △화신백화점과 보신각을 보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년 뒤인 2003년 최 교수는 다시 사대문안 주요 가로의 사진 2500여장을 찍었다. 이번 사진촬영은 제자들이 대신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용역을 맡긴 ‘서울 도심부 토지활용 및 경관변화 조사연구’를 위해서였다.

20년 동안 종로의 관문인 종로1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83년 최종보고서의 제안 내용은 ‘보신각 보존’을 빼고는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교동 서린동의 낙지골목은 서너 개의 블록형 고층건물로 재개발됐다. 종로 거리의 연속성은 끊어졌다. 골목은 없어지고, 막혔던 곳은 뚫려 건물의 주차도로로 변했다. 같은 곳을 찍은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보니 2003년 것에는 사람이 줄고 차가 늘었다. 이 지역의 건축물 용도별 지도를 보면 이가 빠진 듯하다.

‘대형 주상복합과 업무 시설군이 형성되면서 기존의 도시 구조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거지가 축소되면서 빨래 널린 것과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 연구원은 답사 일지에 기록했다.

화신백화점은 1987년 건축계의 반대에도 끝내 해체됐다. 화신백화점 맞은편, 아케이드형 구조였던 신신백화점은 제일은행 본점으로 바뀌었다. 우뚝 솟아오른 종로타워와 제일은행 건물 뒤로 산이 가려졌다.

최 교수는 “사진에서 잘 나타나듯이 20년 동안 종로 3, 4, 5가 상업지역의 소규모 가게들은 업종은 바뀌었지만 골목이며 간판 등을 깨끗하게 잘 정리했다. 지저분하면 고객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재개발을 하지 않아도 이런 작은 단위들은 자율적으로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00여장의 사진으로 도시를 기억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생활을 담은, 인간을 지향하는 도심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최교수의 83년 보고서▼

○ 무교-청진동 주점골목 그대로

○ 종로 쇼핑거리 연속성 유지

○ 블록형 고층건물 지양해야

○ 화신백화점-보신각 보존

▼현재▼

○보신각만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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