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치과의료문화상을 받은 이흥우씨(51)의 수상소감은 좀 싱거웠다.
이씨는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관심을 가진 일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열정파.
서울대 치대에 다닐 시절 문학청년이었던 그는 본업인 치과의사 보다 문화계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화가인 부인 최정숙씨(50)와 함께 10년 동안 해반문화사랑회(인천 동구 송림5동)를 이끌고 있다.
이 단체는 문화포럼, 문화학교, 문화답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역문화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 철학박사 학위(미학 전공)를 취득한 그는 ‘열려있는 땅, 인천’ 등 지역 연구 시리즈물 출판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마음과 정신에 문화향기가 그윽하면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내도 인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함께 고향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려고 하는 것 뿐 입니다.”
그는 1991년 부인 최씨가 인천 최초의 상업화랑인 해반갤러리의 문을 열도록 외조(外助)하면서 ‘문화 실천’을 본격화했다.
94년 교수 변호사 자영업자 등 각계 각층의 140명이 회원으로 참여한 해반문화사랑회를 발족했다. 이 곳에서는 매년 2~7차례 지역 현안을 토론하는 문화포럼을 연다.
문화포럼은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인천의 문화적 과제’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 등을 주제로 45차례 진행됐다.
이씨는 ‘예술 꿈나무’를 키우는 일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해반문화사랑회에서 방학 때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림감상법, 판화 및 연극교실, 사진 찍기 등 문화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것.
또 시 낭송회, 예술인 초청의 밤, 답사기행 등 시민대상의 문화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전국 40여개 문화시민단체가 참여한 ‘지역문화네트워크’ 창립을 주도했으며 중국 칭다오(靑島)시와의 문화교류도 정례화하고 있다.
“호흡을 가다듬을 순간이 온 것 같아요. 올해엔 그동안 추진하던 학교도서관 살리기 운동에 힘을 쏟고 기존 문화사업을 내실 있게 다지려고 합니다.”
1년 중 한달을 안식월로 정해 치과운영을 포함한 모든 일에 손을 놓고 아내와 훌쩍 어디론가 떠나는 버릇이 도져서 인지 그는 올해를 ‘정리의 해’로 삼은 것 같았다.
박희제 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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