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전문 털이범’ 결국 잡혔다

  • 입력 2004년 4월 19일 15시 57분


대학가에서 입소문으로만 떠돌며 꼬리가 잡히지 않았던 대학가 전문털이범이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2000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의 대학 도서관과 연구실, 동아리방 등을 돌아다니며 약 3억3000만원 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K대 졸업생 장모씨(27)를 19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3년 9개월 동안 장씨가 대학가에서 절도를 저지른 횟수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최소 330여 차례. 경기 구리시에 있는 4평 남짓한 장씨의 자취방에는 그간 훔친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고가의 전자제품이 라면박스 7개에 빼곡히 담겨 있었다.

K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장씨는 대학 초기에만 해도 전액 장학금을 2학기나 받았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 그러나 군 제대 후 한두 번씩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한 장씨는 졸업 후 취직마저 어려워지자 본격적인 범죄의 길로 빠져들었다.

장씨가 지닌 주민증과 학생증은 도합 500여장. 훔친 학생증 등으로 대학생 행세를 하며 20여개의 대학을 턴 장씨는 경남 진주시까지 원정 절도를 가기도 했다. 게다가 교수의 수업시간표를 미리 알아내 연구실에 사람이 없을 때를 노리는 등 치밀함까지 보였다.

장씨는 최근 서울 주택가의 빈집털이로까지 영역을 넓히는 등 대담해졌지만 15일 서울의 모 대학 과 학생회실에서 물건을 훔치려다 결국 학생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가를 돌며 물건을 훔치는 도둑에 대한 소문은 몇 년 동안 무성했다"면서 "대학생들이 물건을 잃어버려도 잘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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