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는 이후 편입학을 원하는 사람에게 커닝을 알선해주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씨는 황씨와 동업을 하기로 하고 인터넷에 “돈만 있으면 영어의 ‘영’자를 몰라도 명문대에 합격시켜준다. 돈은 합격 뒤에 보내도 된다”는 광고를 냈다. 주씨는 이런 방법으로 83명과 계약서를 작성했다.
2001년 6월 황씨와 사이가 틀어져 동업이 어렵게 되자 역시 외국에서 살다 온 명문대 출신 박모씨(27·무직·구속)로 동업자를 바꿨다. 주씨는 합격할 경우 건당 평균 500만원, 최고 1000만원을 받아 수억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커닝 수법도 업그레이드시켰다. 처음에는 답이 적힌 쪽지를 돌리는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했지만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서울 청계천 일대 상가 등지에서 무전기를 구입했다. 동업자 박씨가 시험장에서 무전기를 통해 운동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주씨에게 답을 알려주면 주씨가 이를 받아 적은 뒤 수험생들에게 다시 무전기를 통해 답을 불러준 것.
주씨는 이런 방법으로 건국 고려 단국 동국 서강 성균관 세종 한국외국어 중앙 한양 홍익대 등 서울 소재 11개 대학 편입학시험에서 83명에게 274차례나 부정행위를 하게 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중복합격을 포함해 125명이 합격했고, 68명은 등록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한 30명 이외에 53명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허술한 편입학 관리=대부분의 대학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이 인정되면 편입학시험 응시 자격을 준다. 시험은 영어 한 과목만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현장감독이 엉망이라는 점. 주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씨와 응시자들이 무전기와 이어폰을 갖고 들어갔으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응시자들은 무전기는 배에,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은 왼쪽 팔목에 부착한 뒤 시험장에 들어갔고 손으로 머리를 괴는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이어폰에서 들리는 답을 받아 적었다. 주씨가 한꺼번에 10명 이상의 응시생들에게 답을 불러준 적도 있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일부 대학에서는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응시자도 일단 시험을 치르게 한 뒤 나중에 합격자에 대해서만 신원확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황씨와 박씨 등은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응시할 수 있었고, 한 사람이 몇 년째 같은 학교에서 시험에 응시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성균관대 경영학과의 경우 2003년 전반기 편입학시험에서 모집인원 27명 중 13명이 주씨의 도움을 받아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석수 교육인적자원부 학사지원과장은 “수험생이 휴대전화 등을 가지고 시험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전국 대학의 편입학시험 등 학사업무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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