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골목’은 중구 중앙로 농협 중앙지점에서 약전골목 입구까지 300여m의 좁은 길이다.
진골목은 ‘긴 골목’이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노인들이 즐겨 찾아 ‘실버거리’로도 불리는 이 골목이 최근 경기 침체로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젊은이들과 중장년층에게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80여 년 전 이 골목은 대구지역 부자들인 달성 서씨들이 모여 산 고급 주택가로, 아직도 고풍스런 한옥들이 옛 영화(榮華)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진골목은 1970년대부터 식당과 술집 등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해 대구의 ‘전통 먹거리 타운’으로 변해 왔다.
진골목은 외견상 여느 거리와 다를 바가 없다.
식당, 목욕탕, 약국, 양복점, 다방 등등….
그러나 이 곳은 부근에 한약 도매업소들이 몰려 있는 약령시(약전골목)가 있는데다 저렴하고 다양한 향토음식 등을 파는 식당들이 몰려 있어 ‘옛 맛’을 즐기려는 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 동성로가 10∼20대의 거리라면 이곳은 중절모에 한껏 멋을 부린 실버들의 거리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인들은 이른 아침 이 거리에서 친구들을 만나 커피를 한 잔 한 뒤 바둑을 두며 정담을 나눈 뒤 저녁이 되서야 자리를 뜬다.
이곳을 찾는 노인들의 수는 하루 평균 1000여명.
골목 좌우에 늘어선 식당만 30여 곳이고 기원도 5, 6곳이 영업 중이다.
이 일대 다방에서는 약차(1잔 2000원)가 인기고, 한옥으로 된 식당의 메뉴도 3000∼4000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진골목 식당’과 ‘우리식당’ 등이 이 거리의 터줏대감 격인 음식점.
보리밥과 칼국수, 된장백반, 육개장, 묵 채, 빈대떡, 파전, 호박전, 콩나물밥, 막걸리 등이 주요 메뉴다.
이곳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김인수씨(49)는 “남녀가 유별한 분위기 탓에 이전에는 할머니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는 할머니 손님들도 종종 눈에 띈다”고 말했다.
대구거리문화연대 권상우 사무국장은 “대구의 근대사가 스며 있는 진골목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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