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의 집에서 나온 물건이다. 이 물건의 주인은 삼촌 회사에서 6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23일 구속된 최모씨(31·여).
최씨는 삼촌이 운영하는 배관자재 판매 업체의 경리직원으로 한달 월급이 130만원 정도였지만 씀씀이는 ‘재벌 2세급’이었다.
최씨는 2000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학동기인 김모씨(무직)와 함께 신용카드 17개로 서울 강남 지역의 이른바 ‘명품관’에서 6억5000만원 상당의 외국 유명 브랜드 옷과 가방, 구두 등을 샀다.
이들은 일주일에 2, 3차례씩 명품관에 들러 평일에는 200만∼300만원씩, 휴일에는 1000만원 이상씩을 썼다.
지난해 봄에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원정 쇼핑’을 하기도 했다. 최씨는 남자친구가 승용차를 사는 데 700만원을 보태주기도 했다.
최씨의 방 장롱 3개에는 입지 않은 외제의류가 태반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친구 김씨는 산 명품이 싫증나면 친구들에게 주거나 버리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삼촌이 한동안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회사자금을 친구 김씨 계좌로 보내 카드대금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촌은 회사가 부도 위기에 놓이자 검찰에 조카를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최씨는 공금 횡령사실이 적발된 뒤 일부 명품을 인터넷 등을 통해 팔아 삼촌 회사에 2억원가량을 갚았지만 결제하지 못한 카드대금이 약 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는 함께 살던 여동생이 결혼해 분가하면서 혼자 남게 된 스트레스를 명품 구입으로 해소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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