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미국의 아폴로11호가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을 때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밝힌 첫마디를 세계의 시청자들은 생생히 기억한다.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걸음을 내디디면서 “이것은 인간에게는 조그만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지구로 전해진 것도 무전기를 통해서였다. 무전기는 인간의 의사소통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킨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대학의 편입학시험에서 무전기를 이용한 부정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돈을 받고 정답을 알려주는 데 무전기를 동원한 것이다. 토익시험에서도 무전기를 이용한 부정이 있었다고 한다. 수능시험마저 부정이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 걸 보면 모든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반면에 시험을 주관하는 측은 ‘별 일 없겠지’ 하는 느슨한 자세로 임하는 것은 부정의 유혹을 부추기는 꼴이다.
▷젊은 세대가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다. 뭐든지 고생이나 노력 없이 쉽게 결과를 얻으려 하고, 불법에 별 거리낌 없는 사회풍조가 젊은이의 순수한 심성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회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청년들이 올곧게 성장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무전기처럼 언제든 부정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양날을 지닌다. 타락한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젊은이의 손에 먼저 쥐여줄 것은 첨단기기보다 윤리와 도덕이 아닐까. 대학 편입학시험도 도덕 과목부터 먼저 치르게 해야 할 모양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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