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눈은 지키게 해 달라”

  • 입력 2004년 4월 26일 17시 28분


"재판에도 꼭 출석하고 수형생활도 잘 할 테니 하나 밖에 없는 눈을 잃지 않도록 입원치료할 기회를 달라."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주흥·李宙興) 심리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왼쪽 눈에 의안을 하고 있는 박 전 장관은 오른쪽 눈에 녹내장이 생겨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외부 병원에서 4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박 전 장관은 네 번째 수술 후인 23일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낸 상태.

눈을 안대로 가리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온 박 전 장관은 "식사 때마다 17,18가지 약을 먹으면서 증세 악화를 막고 있지만 효과가 적은데다 약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이 너무 심하다"며 "특히 안압을 떨어뜨리기 위한 치료제인 '다이야막스'를 먹으면 온 종일 정신이 혼미해 하루 20시간가량 잠만 잘 정도"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이주흥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어려운 처지는 이해하지만 심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데다 다른 미결수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구속집행정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다음 재판은 5월 17일 오후 2시.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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