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 꽃게가 사라졌다'

  • 입력 2004년 4월 27일 16시 41분


어획량 10분의 1, 값은 2배이상…낮은 수온-중국측 남획탓 "꽃게가 아니고 금게 입니다."

살이 꽉 차고 등 딱지에 알을 품어 매년 4, 5월이면 미식가의 입맛을 돋우는 꽃게가 주산지인 서해안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어획량은 예년의 10분의 1 이하로 줄었고 가격은 2~3배 오르고 있어 어민은 어민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울상이다.

지난해 봄철만 해도 꽃게 주산지인 충남 태안군 근흥면 안흥항 수협위판장에는 하루 10여t의 활꽃게가 거래됐으나 올해 거래량은 2~3t에 불과하다.

가격도 알이 꽉 찬 암꽃게의 경우 ㎏당 지난해 2만~2만5000원에서 올해에는 4만~4만5000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인천연안의 경우 더욱 심하다.

인천수협은 지난해 4월 하루평균 21t의 활꽃게를 팔았으나 최근에는 하루 판매량이 2t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위판장 거래가격도 암꽃게(1㎏알이 꽉 찬 암꽃게)의 경우 지난해 1만7000~2만원보다 1만원 이상 오른 3만3000~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가격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종합어시장과 소래포구 어시장에서는 꽃게가 4만~4만3000원에 팔리고 있으나 가격이 워낙 오른 탓에 거래가 한산하다.

인천수산입협회 김광익 회장(61)은 "꽃게잡이를 시작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올해 같은 흉어기는 처음 겪는다"며 "요즘 매일 조업에 나서지만 출어경비도 충당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해양환경 전문가와 서해안 꽃게잡이 어민들은 꽃게가 사라진 것에 대해 서해연안의 수온이 낮아져 꽃게의 서식환경이 나빠진데다 금어기인 1, 2월 중국어선의 '싹쓸이 월선(越線) 조업'이 극성을 부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 들어 27일 현재 인천과 충남 태안, 전북 군산 등 서해상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어선은 지난해 같은 기간(15척)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79척에 이르고 있다.

서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팀 박종화 연구관(45)은 "해수온이 12℃를 넘어야 하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2℃가량 낮아 어획량이 줄었을 것"이라며 "지난해 풍어기를 맞아 꽃게를 너무 많이 잡은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꽃게 가격이 급등하자 활꽃게를 취급하는 서울과 인천, 대전 등 수산물식당들은 "꽃게를 먹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이 가격을 물어본 뒤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흥어촌계 김기동계장(56)은 "중국어선으로 서해안 어장이 황폐화되고 있어 다시 살리기에는 최소한 6~7년은 걸릴 것"이라며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국가차원이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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