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외국인 주부클럽 자선활동

  • 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25분


25일 한국의 불우 아동들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가진 ‘오크우드 여성클럽(OWC)’ 회원들은 함께 만든 피자를 일일이 싸주며 “아이들이 우리에게 한국동요를 불러줬을 때 가장 감동했다”고 말했다. -전영한기자
25일 한국의 불우 아동들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가진 ‘오크우드 여성클럽(OWC)’ 회원들은 함께 만든 피자를 일일이 싸주며 “아이들이 우리에게 한국동요를 불러줬을 때 가장 감동했다”고 말했다. -전영한기자
외국인 ‘아줌마들’이 뭉쳤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외국인 전용 아파트 오크우드에 사는 여성 20여명은 일요일인 25일 아동복지시설 ‘시온원’ 원생들을 초청해 피자도 만들고 게임도 하고 수족관도 방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행사가 끝날 때가 되자 아줌마들의 손을 놓지 않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오크우드 여성클럽(OWC)’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만든 친목단체. 이들 대부분은 주한 외국기업 간부로 재직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가정주부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이나 단체들이 자선행사를 여는 경우는 많지만 외국인 가정주부들이 ‘거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선활동에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 OWC 회원은 미국인이 80% 이상이고 유럽, 중국 출신이 20% 정도.

한 아파트에 살면서 한글 배우기, 한국음식 만들기, 문화유적 탐방 등의 행사를 가져 온 이들은 이달 초 ‘뭔가 한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 행사를 준비했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은 남편들에게 ‘압력’을 넣어 기증받았다.

초청대상 섭외 등 실무 준비를 주도한 위니 호크세마와 재니스 스트렁크는 “아줌마들끼리 모여 한국생활에 대한 수다를 떨다가 ‘좋은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면서 “내년부터는 불우아동뿐 아니라 노인, 장애인들로 대상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지원한 주한미국부인회(AWC)의 엘레노어 포저 이사는 “우리 애들과 남편도 행사에 참가해 즐겁게 놀았다”면서 “한국인과 접촉할 기회가 적은 외국인 가정주부들이 이런 자선행사를 통해 한국을 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가정주부들은 자녀 교육에는 열정적이지만 사회 자선활동에는 소극적인 듯하다”면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도 한국 아줌마의 ‘파워’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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