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전 한나라당에 불법 정치자금 150억원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LG 강유식(姜庾植) 부회장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병운·金秉云)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이같이 말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제공한 자금규모를 ‘150억원’으로 정할 때 (민주당엔 이미 많이 지원했다는) 불균형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이던 최돈웅(崔燉雄·구속) 의원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제공 요청을 받고 두렵고 불쾌했지만 ‘이회창 필승론’이 퍼져 있던 당시 분위기상 불이익을 피하려고 돈을 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최 의원의 인상에 신뢰가 가지 않았으며, 배달사고를 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어 서정우(徐廷友·구속) 변호사를 추천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외환위기 후 빅딜 때) LG반도체를 잃은 경험도 있어 정치권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용기가 없었던 내가 부끄럽다. 앞으로는 경영인으로서 정도를 지키겠다”며 진술을 마무리했다.
이날 강 부회장이 불법 정치자금의 상세한 부분까지 진술하자 업계는 놀라는 표정. 일각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관행을 확실히 끊으려는 기업계의 고육지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한국의 정치관행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은 인정되지만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불법 자금을 제공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며 정치자금법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선고 재판은 5월 11일 오전 10시.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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