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35년전 병원비 이제야 갚습니다”

  • 입력 2004년 4월 27일 21시 50분


70대 할머니가 35년 전에 내지 못한 자신의 수술비를 뒤늦게 갚기 위해 해당 병원에 500만원을 맡긴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7일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서모 할머니(75·대구 서구 내당동)가 최근 병원을 찾아와 “35년 전 자궁수술을 받았으나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술비 가운데 절반만 내고 입원해 있던 중 병원에서 몰래 빠져 나와 달아났다”며 500만원을 내놓고 갔다.

서 할머니는 “당시 심한 하혈을 견디지 못해 경북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비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한 일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야 빚을 갚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병원 김병호 원무과장(49)은 “서 할머니는 당시 자궁외 임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할머니가 병약해 보여 ‘차라리 그 돈으로 건강검진을 받으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지만 눈물까지 글썽이며 ‘돈을 받아 달라’고 하소연해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할머니가 뒤늦게 갚은 수술비를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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