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현대 150억원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아산 회장이 투신자살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월에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이, 3월에는 남상국(南相國) 전 대우건설 사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지사에 대한 수사를 맡았던 서울남부지검 이준보(李俊甫) 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수사 검사 등에게 확인한 결과 가혹행위나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차장검사는 "박 지사가 처음 출두하면서 자수서를 가져 왔다고 보고를 받았지만 수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부지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피의자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에 많이 신경을 썼다"며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의원에 대한 강제구인을 계획하고 있던 대검 중앙수사부는 박 지사 자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강제구인 계획을 급히 철회했다. 안대희(安大熙) 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2시반으로 예정됐던 정례 브리핑도 취소했다.
문효남(文孝男) 수사기획관은 "변호사의 도움을 충분히 받으며 출퇴근 조사를 받던 박 지사가 왜 자살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대검 수사팀에도 각별히 유의하도록 다시 당부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박 지사의 자살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 가혹행위 등이 있었는지 경위 파악에 나섰다. 법무부 관계자는 "통상적인 변사처리 절차에 맞춰 일단 사인을 규명하고 있다"며 "사망경위가 파악될 때까지는 일단 면밀히 주시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박 지사가 수사기관이나 수감시설이 아니라 외부에서 사망한 만큼 법무부 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연이은 피의자 자살 사태에 대해 검사들도 크게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한 검사는 "검찰 조사를 받던 사회 저명인사들이 몇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인권 침해 시비가 일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해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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