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연료로 바뀐다” 교인상대 32억 사기

  • 입력 2004년 4월 29일 18시 42분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 한명관·韓明官)는 29일 ‘신의 은총’으로 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며 기독교인들에게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H연료 대표 이모씨(46)와 자칭 발명가 최모씨(55)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월 말 서울 송파구의 한 에너지업체 사무실에서 시연회를 열고 사람들을 속여 투자비를 받는 등 모두 650여명에게 32억여원의 돈을 끌어 모은 혐의다.

이들은 투자설명회를 열어 자신들이 만들었다는 ‘미래형 에너지 대체기계’에 물을 넣고는 여기에 불을 붙여 실제로 물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속였다.

조사 결과 이 ‘신(新) 기계’는 안쪽에 불에 타는 고체연료를 숨긴 뒤 여기에 불을 붙여 마치 물에 불이 붙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사람들은 “400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평생 무한대의 에너지를 쓸 수 있다”는 이들의 ‘사탕발림’에 속아 앞 다투어 투자했다.

이들은 투자를 늘리기 위해 주로 목사나 장로 등 교우관계가 폭넓은 이들을 이용했다. 또 최근엔 국내 기관 및 언론 등을 초빙해 신기술 시연회를 열 계획을 세우는 등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너무나 엉성한 수법이었지만 교인들간의 깊은 신뢰관계를 악용한 전형적인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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