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투신자살]“또… 왜…” 할말잃은 검찰

  • 입력 2004년 4월 29일 18시 45분


29일 서울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박태영 전남지사의 집무실. 책상 위에 책과 서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광주=연합
29일 서울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박태영 전남지사의 집무실. 책상 위에 책과 서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광주=연합
검찰 수사를 받던 박태영(朴泰榮) 전남지사의 투신자살 소식이 29일 전해지자 검찰은 최근 잇따른 피의자들의 자살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뇌물사건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 ‘강압 수사’ 시비가 일지 않을까 우려하는 표정이다.

박 지사에 대한 수사를 맡았던 서울남부지검 이준보(李俊甫) 검사는 이날 오후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수사 검사 등에게 확인한 결과 가혹 행위나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박 지사가 처음 출두하면서 자수서를 가져 왔다고 보고를 받았지만 수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남부지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피의자 자살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에 많이 신경을 썼다”며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의원에 대한 강제구인을 계획하고 있던 대검 중앙수사부는 박 지사 자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계획을 급히 철회했다.

안대희(安大熙) 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2시반으로 예정됐던 정례 브리핑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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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관계자들은 특히 이번 사건이 김준기(金俊起) 동부그룹 회장과 이중근(李重根) 부영 회장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해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효남(文孝男)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조사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이 걱정이 돼서 수사팀에 (강압적인 분위기를 피하라고) 당부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법무부도 박 지사의 자살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 가혹 행위 등이 있었는지 경위 파악에 나섰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이 통상적인 변사처리 절차에 맞춰 일단 사인을 규명하고 있다”며 “사망 경위가 파악될 때까지는 일단 면밀히 주시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박 지사가 수사기관이나 수감시설이 아니라 외부에서 사망한 만큼 법무부 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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