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총재의 혐의는 2002년 6·13지방선거 때 삼성그룹에서 채권 15억원을 받았다는 것. 그는 받은 돈의 대부분을 선거자금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데다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아 선거법을 어겼다.
사실 김 전 총재는 그 전에도 여러 번 검찰과 인연을 맺을 뻔했다. 검찰은 19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 때 그의 비밀계좌로 100억원대의 비자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여당인 민자당의 대표였고, 수사엔 큰 진척이 없었다.
그 후 2년이 지나 김 전 총재가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과 갈등이 생겨 민자당을 탈당해 자민련을 창당했다. 이때 그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검찰에서 있었으나 93년 당시 수사검사였던 함승희(咸承熙·현 민주당 의원) 변호사가 자료제공 등 협조를 거부해 무산됐다.
99년 11월에는 박계동(朴啓東·17대 국회 당선자) 전 의원이 다시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했으나 역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때 그는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국무총리였다.
김 전 총재는 4·15총선에서 낙선한 뒤 “완전히 연소돼 재가 됐다”며 정계를 은퇴했고, 이제 ‘정치적으로 죽은 뒤에’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된 셈이다.
검찰은 정치자금의 경우 받은 액수가 10억원을 넘으면 구속 수사를 해 왔다. 이 원칙을 고수하면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검찰이 그를 구속할 것 같지는 않다. 떠나간 그에 대한 검찰의 ‘마지막 예우’라는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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