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주 버스파업 ‘출퇴근 대란’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14분


대구와 광주의 시내버스 노조가 25일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두 지역의 시내버스 운행이 이른 아침부터 중단돼 출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두 도시의 시내버스 노사가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대구시와 광주시도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기 도입’ 등 무리한 요구를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파업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노사는 버스업체들이 수입을 공동 관리하되 적자가 발생할 경우 자치단체가 이를 보전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과 임금인상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시내버스 노조는 사용자측과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5일 오전 5시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날 26개 회사 소속 시내버스 1538대의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아침 시내버스 정류장 곳곳에서는 파업 사실을 모르고 나온 시민과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또 고유가 시대를 맞아 기름값 절약을 위해 평소 시내버스를 이용하던 상당수 시민들이 한꺼번에 승용차를 몰고 나와 신천대로 등 시내 간선도로마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기도 했다.

대구시는 관용 및 전세버스 등 700여대를 투입하고 택시부제를 해제하는 한편 지하철 전동차를 출퇴근 시간대에 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등 비상 수송체제를 가동했다.

앞서 시내버스 노사는 24일 임금인상 등을 놓고 10여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측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전제로 기준임금 평균 10%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대구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약속하지 않는 한 임금을 올려 줄 수 없다고 맞섰다.

▽광주=시내버스 노사 양측은 25일 새벽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임금 인상과 준공영제 도입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측은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이날 오전 5시 반 파업에 들어갔으며 이에 따라 9개 회사 소속 82개 노선 933대의 시내버스가 운행을 중단했다.

상당수 승용차 소유자들이 차를 몰고 나오는 바람에 하남로, 백운고가, 운암고가 등 시내 주요 구간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직장마다 지각한 사람이 속출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이날 전세버스 및 자가용승합차 720대를 투입하고 택시 8200대에 대해 부제 운행을 해제했다. 그러나 실제 운행에 나선 전세버스가 절반 수준에 불과해 운송분담률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노사가 공동으로 시 당국을 압박해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는 양상”이라며 “연간 200억원에 가까운 준공영제 부담 예산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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