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위반 단속 첫날 거리 표정

  • 입력 2004년 6월 1일 16시 47분


"파란불 이었다니까요"

"황색 신호에서 진입하시면 안됩니다. 신호위반입니다"

1일 오전 8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횡단보도를 지나 교차로 바로 앞에 멈춰선 운전자와 경찰관이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의 교차로와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 단속 첫 날. 곳곳에서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았다.

딱지를 떼인 택시 운전사 전모씨(38)는 "분명히 파란불에 진입했지만 차량이 많아 앞차가 빠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위반했는데 신호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타이머라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것 때문에 6만원을 내고 나면 오늘 하루는 완전히 공치는 셈"이라며 불평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시민들은 범칙금을 의식한 듯 정지선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등 대체로 정지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정지한 운전자들은 자신의 승용차 범퍼가 정지선에 애매하게 걸치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차가 선을 넘었는지 확인하고 후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택시운전사 이모씨(54)는 "언론을 통해 정지선 위반 단속과 범칙금 얘기가 많이 나와서 정지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들이 뻔히 앞에 서있는데 정지선 위반하고 벌금 낼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고 반문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단속 중이던 김모 순경(30)은 "첫날이고 시민들과 마찰도 예상돼 교통흐름을 방해하거나 차가 완전히 정지선을 넘지 않으면 후진조치를 포함한 계도 위주로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정지선을 위반하는 운전자가 많지 않아 오전 중 범칙금 부과는 7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앞차들이 교차로에서 꼬리가 길게 늘어서 있으면 파란불인데도 교차로에 진입하지 않아 '꼬리 끊기' 효과도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경찰이 없는 교차로 등에서는 횡단보도를 넘어 오거나 차량의 절반이 정지선 앞으로 나오는 등 여전히 무질서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전국의 1800여개 교차로에 8500여명의 경찰을 배치, 단속과 계도 활동을 펼쳤다.

경찰은 "오늘 정오 현재 집중단속 결과 단속전의 정지선 준수율이 80% 정도로 단속 이전의 55.4%보다 크게 높아졌다"며 "앞으로는 끼어들기도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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