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거론되는 서울대 폐지론은 전국의 국립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대학을 평준화하려는 것이다. 사회주의국가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대학을 평준화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과 프랑스의 예가 있지만 대학을 경쟁체제에 맡기는 세계의 큰 흐름을 마다하고 극히 일부의 사례를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독일의 경우 대학 평준화 이후 노벨상 수상 실적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해외유학이 급증하는 등 인재유출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 정부가 최근 엘리트대학 육성 등 대학 개혁안을 들고 나온 것은 깊은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세계적인 대학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그나마 낫다는 서울대가 세계 대학랭킹에서 150위권에 머물고 있고 다른 주요 대학들도 순위에서 한참 밀리고 있다. 이런 대학들을 평준화했을 경우 하향평준화로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학의 연구역량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의 장래도 함께 암담해질 것이다.
대학 개혁의 최우선 순위는 대학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가 되어야 한다. 서울대 폐지론은 입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본말(本末)이 전도된 것이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신중함이 요구되는 교육에서 뭔가 단숨에 바꿀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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