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폐지론’ 발상 옳지 않다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32분


서울대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 개혁을 위해 여러 가능한 방안을 놓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서울대 폐지론은 논의의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다. 오로지 입시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대학의 경쟁력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서울대 폐지론은 전국의 국립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대학을 평준화하려는 것이다. 사회주의국가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대학을 평준화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과 프랑스의 예가 있지만 대학을 경쟁체제에 맡기는 세계의 큰 흐름을 마다하고 극히 일부의 사례를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독일의 경우 대학 평준화 이후 노벨상 수상 실적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해외유학이 급증하는 등 인재유출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 정부가 최근 엘리트대학 육성 등 대학 개혁안을 들고 나온 것은 깊은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세계적인 대학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그나마 낫다는 서울대가 세계 대학랭킹에서 150위권에 머물고 있고 다른 주요 대학들도 순위에서 한참 밀리고 있다. 이런 대학들을 평준화했을 경우 하향평준화로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학의 연구역량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의 장래도 함께 암담해질 것이다.

대학 개혁의 최우선 순위는 대학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가 되어야 한다. 서울대 폐지론은 입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본말(本末)이 전도된 것이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신중함이 요구되는 교육에서 뭔가 단숨에 바꿀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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