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線上의 신경전… 교차로 곳곳 경찰-운전자 실랑이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32분


“파란불이었다니까요.”

“노란색 신호에서 진입하셨습니다. 신호위반이자 정지선 위반입니다.”

1일 오전 8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횡단보도를 지나 교차로 바로 앞에 멈춰선 택시운전사와 교통경찰이 말다툼을 벌였다.

6만원짜리 딱지를 받은 택시운전사는 “분명히 파란불에 진입했지만 앞차가 빠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위반했는데 신호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타이머라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경찰의 교차로와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 단속 첫날. 이처럼 곳곳에서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특별단속이 시작된 사실을 알고 있는 듯 밝은 대낮에는 정지선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정지하는 모습이었다.

신호대기 중인 운전자들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자신의 승용차 앞범퍼의 위치를 확인하고 후진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택시운전사 이모씨(54)는 “언론을 통해 정지선 위반 단속과 범칙금 얘기가 많이 나와 정지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들이 뻔히 앞에 서 있는데 정지선을 위반하고 벌금 낼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종로구 적선동 삼거리에서 단속 중이던 김모 순경(30)은 “단속 첫날이고 시민들과의 마찰도 예상돼 교통흐름을 방해하거나 차가 완전히 정지선을 넘지 않으면 후진조치를 포함한 계도 위주로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차로에서 앞선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으면 파란불인데도 진입하지 않는 ‘꼬리 끊기’ 현상도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진 오후나 경찰의 단속이 없는 곳에서는 여전히 무질서한 구태를 드러냈다.

이날 오후 8시 취재진이 다시 찾은 세종로 사거리에서는 택시와 시내버스 등 많은 차량들이 횡단보도의 정지선을 반 이상 지나쳐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하루 전국에서 적발된 정지선 위반 건수가 5382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적색이나 황색 신호 시 정지선에 멈추지 않아 6만∼7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15점이 부과된 신호위반이 2180건으로 가장 많았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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