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장뇌삼 재배 신지식 농업인 박동준씨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43분


박동준(朴東俊·59)씨는 ‘산삼’과 더불어 살아간다. 하지만 그 귀하다는 산삼을 찾아도 “심봤다”고 외치지 않는다. 그가 사는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주변의 천마산 축령산 서리산 주금산 일대 50만평에 산삼이 지천으로 널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절로 이뤄진 산삼밭은 아니다. 그가 10여년간 산삼씨앗을 채종해 심은 장뇌다. 이 일대에 무려 100만 뿌리가 넘는다고 한다.

박씨는 장뇌를 ‘자연의 섭리’에 맡겨 키운다. 흙은 약간 습해야 하며, 한여름에도 섭씨 20도 이하이고, 활엽수와 침엽수가 적정 비율로 섞이고…. 산삼이 잘 자랄 수 있는 입지를 선택해 심어놓는 것으로 끝이다.

인공을 배제하는 고집 덕분에 그는 자신이 채취하는 장뇌에 친환경마크 인증을 받아냈다. 올 초에는 농림부가 선정하는 신지식 농업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장뇌삼의 크기를 키우면서도 농약과 비료를 일절 쓰지 않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다.

그는 한때 종업원 200명 이상을 거느린 중소기업의 경영주였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체중이 갑자기 줄어드는 등 건강이 악화돼 사업체를 아내에게 넘긴 뒤 산으로 들어갔다. 몸에 좋다는 약초와 산삼을 캐먹고 건강을 회복해 가던 중 90년대 중반 이곳 수동면에 눌러앉았다. 예로부터 산삼이 발견되는 고장으로 알려진 수동면에는 당시 지금은 돌아가신 이윤종씨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장뇌를 경작하고 있었는데 이를 이어받은 것.

주먹구구로 오늘을 이룬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집과 빌딩을 팔아 임야를 사는 등 투자한 돈이 30억원에 이른다. 요즘은 장뇌 분재를 개발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고, 제대로 된 산삼주를 만들기 위해 3년 전부터는 식품개발원 등과 공동으로 연구 중이다. 올 8월엔 장뇌 재배 산지의 일부를 지나는 등산로를 개설해 이를 관광자원화할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지이고 이젠 수림도 비교적 울창해 야생인삼 재배에 적합한 편입니다. 땅이 없으면 소규모로 빌려서라도 종자를 심어두면 자연은 그 몇 배, 몇십 배를 되돌려줍니다.”

남양주=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박동준씨는 산에 산삼 씨를 심되, 키우는 것은 자연에 맡기는 ‘겸손한 농법’을 채택하고 있다.-남양주=권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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