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과 전남 영광군 등 전국에서 10개 지역이 새로 산업자원부에 원전센터 유치를 청원하면서 부지 선정작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는 예상외로 많은 지역에서 유치를 청원하자 “그동안 원전센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결과이며 사업 추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후속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찬반 주민들간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어 부지 선정작업이 생각만큼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본 신청까지는 산 넘어 산=이번에 유치 청원을 한 전남 영광군 홍농읍과 완도군 생일면 등 몇 곳은 2002년 유치 공모 당시에도 일부 주민들이 유치 서명운동을 벌였던 곳이다.
지역 주민들의 유치 청원은 지난해 전북 부안의 경우처럼 군수가 직접 신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자치단체들은 앞으로 예비신청과 주민투표, 본신청 등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본 신청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우선 지난해 부안사태에서 보듯이 아무리 지역 발전이 시급하다 해도 선뜻 이를 감수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부안사태를 계기로 반핵운동도 훨씬 이론적으로 무장된 데다 조직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 유치를 청원한 대부분의 지역이 반대 주민들의 반발과 단체장 등의 소극적인 자세로 예비신청 단계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지역 발전은 이 길뿐=홍농읍 유치위원회 주경석 위원장은 “지역경제 회생과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유치를 신청했다”면서 “2년 전보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군 해리면 광승리 김춘용 이장(44)은 “지난해에 원전센터 유치운동을 할 때만 해도 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에 유치 청원을 낸 뒤에는 지지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군 위도지역 주민들은 1일 오후 어선 30여척을 동원해 위도 앞바다에서 원전센터 유치 궐기대회를 열었다. 2일에는 위도주민 1200명의 서명을 받은 위도 자체만의 주민투표 실시 진정서를 청와대에 우편으로 발송하고 10일 이후에 상경집회도 열기로 했다.
▽유치 청원 직후부터 시작된 반대운동=일부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의견수렴도 없이 핵폐기장 유치를 재공고해 지역민간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유치 공모를 철회하지 않으면 ‘제2의 부안사태’가 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1일 마감 10분 전에야 인원수를 맞춰 유치청원서를 제출한 인천 강화군 서도면의 경우 4개 섬 가운데 1개 섬 주민 37%의 서명만을 받았고 강화군이나 인천시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지역 내 마찰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엄청난 소요사태를 빚었던 부안지역은 찬반측 모두 이번 전국적인 유치 청원으로 부안 주민들이 상처만 입게 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3곳에서 유치 청원을 한 울진군의 경우 유치 반대 목소리도 높아 주민끼리 갈등이 벌써 불거지고 있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영광=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정부 선정작업 돌입▼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유치를 위한 주민 청원이 지난달 31일로 마감됨에 따라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원전센터 건립을 향한 7개월간의 ‘장정(長征)’에 돌입했다.
‘부안사태’로 장관이 낙마하는 등 비싼 수업료를 치른 산업자원부는 △부지 선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정부의 신뢰도 확보 △시민단체나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 채널 활성화를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부안사태 당시 시민단체나 주민들이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한 ‘밀어붙이기식 부지 선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치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 내용을 특별법 형태로 명문화하고 시민단체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