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과 로버트 로플린교수(54)를 총장으로 맞이하면서 ‘로플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장순흥 교무처장은 “로플린 총장이 MIT 출신의 스탠퍼드대 교수인 만큼 이들 명문의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대폭 받아들이고 교류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가 실리콘밸리 탄생의 주역인 만큼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기대도 높다. ‘실리콘밸리의 아버지’인 프레데릭 터만 스탠퍼드대 전 부총장이 1970년 발간한 ‘터만 보고서’는 KAIST 설립의 청사진 역할을 했다.
백종태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은 “실리콘밸리처럼 산학협력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로플린 총장이 행정 경험이 없는데다 한국사회에 대해 잘 몰라 섣불리 개혁을 추구하다 ‘히딩크’ 아닌 ‘코엘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보직교수는 “상대적으로 교직원 해임이 쉬운 미국식 고용체계를 도입한다거나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내부를 수술하려할 때 저항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 총장의 등장으로 일부 교수와 교직원들은 각종 회의와 보고서 작성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에서는 통역사와 번역사를 별도로 채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은 외국인 총장 취임에 따르는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총장취임준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방침이다.
한편 로플린 총장은 대덕밸리의 인터넷 신문인 ‘헬로디디’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나의 최종 목표는 한국의 과학을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며 “한국의 과학기술부가 변화를 주도할 인물을 원해 나에게 총장 공모를 강력하게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물리올림피아드가 열리는 7월에 입국할 예정”이라고 말해 총장 취임은 당초 계획(6월 중순)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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