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도 배타고 가니 색다르네”

  • 입력 2004년 6월 1일 19시 09분


“뱃길 여행이 이처럼 재미있는 줄 미처 몰랐어요.”

최근 경기 화성시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전남 목포항에 도착한 뒤 제주로 여행 온 이일홍씨(39·회사원)는 “가족 4명의 뱃삯이 5만4000원으로 항공료보다 훨씬 싸게 들었다”면서 “여객선 승선자체가 편안한 관광여행이었다”고 밝혔다.

이씨의 아들 영현군(13)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도해 풍경이 아름다웠다”며 “여객선에 오락기가 많아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객선이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해상 관광코스로 변모하고 있다. 한때 내리막길을 걸었던 여객선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지난해 제주지역 항구를 통해 오간 여객선 이용객은 103만명으로 1998년 50만명에 비해 갑절이나 늘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여객선 이용객은 3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만에 비해 19%가 늘어 연말이면 12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대한항공이 7월16일부터 항공요금을 8∼13%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여름 피서철 여객선 이용객이 크게 늘 전망이다.

뱃길 여행이 인기를 끄는 것은 성인기준 여객운임(3등실)이 제주∼완도 1만6900원, 제주∼목포 1만8550원, 제주∼부산 2만6800∼3만9000원 등으로 항공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오후 7시에 인천(제주)에서 출발해 다음날 오전 8시에 제주(인천)에 도착하는 인천∼제주 노선의 경우 4만6000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숙박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차량(EF소나타 기준)을 직접 몰고 여객선으로 제주에 들어올 경우 목포, 부산, 인천 등 출발지에 따라 비용이 9만∼16만8000원선으로 제주지역 하루 렌터카 비용 9만∼10만원 보다 다소 비싸다. 그러나 3, 4일 체류하면 경비를 줄일 수 있다.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와 올해 9000t급 뉴씨월드고속훼리호, 9200t급 현대설봉호가 각각 투입되는 등 여객선이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객선 내부도 바뀌고 있다. 식당 매점 등은 기본이고 오락시설, 연회장, 회의실, 호텔수준의 객실, 결혼식장 등이 갖춰졌으며 일부 여객선에는 목욕탕 시설이 있을 정도다.

씨월드고속훼리㈜ 김용희(金用熙) 제주지점장은 “여객선에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지면서 ‘바다를 떠다니는 호텔’로 불리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뱃길 여행객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에는 여객선 이용객을 위해 내국인면세점, 분수, 휴식광장 등이 갖춰진 새로운 여객터미널이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고 8만t 규모 크루즈 여객선이 접안 가능한 선착장 시설이 마련된다.

부원찬(夫元贊) 제주지방해양수산청장은 “편리하고 안락한 뱃길 여행을 위해 다양한 시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