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해부한다]<下>그렇다면 폐지해야 하나

  • 입력 2004년 6월 3일 19시 37분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안티 국민연금파’는 국민연금 제도를 폐지하고 개인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강제 징수, 지급 거부 등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이들의 주장에 많은 사람이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입자만 1700여만명, 수급자만 110여만명인 국민연금을 공중 분해할 경우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선 급속히 노령화하는 우리 사회의 노년 안전망이 송두리째 뽑히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합리적으로 국민연금을 손질할 것을 주장한다.》

▽국민연금은 최후 보루=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7%인 65세 이상 인구는 2019년 14%, 2026년 20%가 된다. 갈수록 은퇴연령은 낮아지고 평균수명은 2020년에 80세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노년을 ‘혼자 힘으로 길게’ 보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다. 이들을 사회적으로 부양할 제도는 국민연금밖에 없다는 것이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민연금, 보완책은 있나=국민연금 문제의 핵심은 얼마를 내고 얼마나 받느냐이다. 더 나아가 현재보다 더 나은 급여를 국민에게 보장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가입자가 모든 재원을 부담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한 현재보다 더 나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월소득의 7∼9%를 내고 최고의 경우 생애 평균소득의 60%를 받는 현 체제가 유지되면 2036년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아지고 2047년에는 기금이 96조원가량 적자가 나게 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와 공단측이 3일 국민연금의 운영상 문제만을 개선책으로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을 높여 공평하게 연금 부담금을 걷는다면 현 체제를 좀더 길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리지갑’인 직장가입자와 달리 주로 자영업자인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은 매우 낮다. 현재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30% 수준이다. 연금 부담금 분쟁의 대부분이 자영업자 소득액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파악률을 높이는 것은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金淵明) 교수는 “국세청과 소득자료를 공유하면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을 장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제가 대안=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보완책으로 기초연금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소득이 있는 연금 납부자만 급여를 받는 국민연금은 주부 일용직 등 연금 소외계층을 감싸안지 못한다는 것. 기초연금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국고 지원으로 일정액(현재로선 월 20만∼3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초연금제는 연금의 재원이 개인 납부금이 아닌 국고라는 점에서 현 국민연금 체제와 큰 차이가 있다. 현재 군인이나 공무원 연금이 바닥나 정부가 국고에서 연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해법이다.

하지만 복지부 등은 국고 부담 발상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려면 연간 20조원가량이 필요하다는 것.

국민연금도 공무원 군인 연금같이 납부기간을 20년만 넘기면 월수입의 최고 76%까지 지급하도록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들 특수연금은 월 납부액이 소득의 17%(국민연금은 7∼9%)인데다 특수연금 수급자들은 별도 퇴직금이 없어서 단순 비교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는 안전한 돈이지만 갈수록 수급액과 수급액의 실질구매력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개인들은 개인연금 등으로 별도의 노후보장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상균(金想均) 교수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금의 성격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도록 투명한 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면서 “다각도로 국민연금 개선책을 모색하고 시민단체 등이 이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현행 연금체계 유지시 장기 재정전망
연도적립기금총수입총지출연금급여수지(총수입-총지출)
200292,798 19,513 2,210 2,106 17,303
2010328,694 50,080 11,094 10,921 38,986
2020908,028 109,073 35,010 34,701 74,063
20301,581,638 170,648 111,103 110,576 59,545
20361,702,972 189,068 201,456 200,749 -12,388
20401,447,808 191,225 289,188 288,329 -97,963
2047-96,159 139,326 473,542 472,333 -33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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