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이이타이’ 의심환자 집단 발생

  • 입력 2004년 6월 3일 19시 37분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리 주민들이 카드뮴 중독증인 ‘이타이이타이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3일 경남대 양운진 교수가 카드뮴이 유출된 곳 중의 하나로 추정되는 폐광 안을 조사하고 있다.-고성=뉴시스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리 주민들이 카드뮴 중독증인 ‘이타이이타이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3일 경남대 양운진 교수가 카드뮴이 유출된 곳 중의 하나로 추정되는 폐광 안을 조사하고 있다.-고성=뉴시스
경남 고성군의 폐광(廢鑛) 인근 마을 주민들의 체내에서 다량의 카드뮴(Cd)이 검출된 데다 상당수 주민이 허리와 관절통을 호소하는 등 공해병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긴급 역학조사에 나섰다.

일부 전문가는 1960년대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카드뮴 중독증인 ‘이타이이타이병’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보건당국은 “정밀 조사를 거쳐야 확인이 가능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 부설 수질환경센터(소장 경남대 양운진 교수)는 3일 “최근 고성군 삼산면 병산리 주민 7명의 혈액과 소변 등을 채취해 마산 삼성병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체내 카드뮴 농도가 일반인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마을 서모씨(75)의 혈중 카드뮴 농도는 6.64ppb(μg/L·10억분의 1의 농도), 최모씨(76·여)는 5.12ppb로 나타났다. 일반인의 혈중 카드뮴 농도는 2ppb 이하로 알려져 있다.

또 최모씨(55·여) 등 검사대상 주민의 소변 중 카드뮴 농도는 일반인보다 최고 5배나 높았다. 삼성병원 관계자는 “주민들의 소변 중 카드뮴 농도는 신장 장애가 우려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때 광산지역으로 유명했던 병산마을 뒤 매바위산 일원에는 1950년대 초부터 3개의 구리광산이 운영되다 20∼30년 전 문을 닫았다.

주민 서승웅씨(61)는 “광산의 지하갱도 등을 메우지 않고 방치해 지금도 많은 비가 오면 오염된 물이 계곡을 따라 마을 하천으로 흘러든다”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96가구 219명)의 절반가량은 심한 허리통증과 관절염,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고 골절 경력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 교수는 “오염된 갱내 유출수가 포함된 물로 지은 농작물을 장기간 섭취한 주민들의 체내에 카드뮴이 축적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이었던 카드뮴이 다량 검출된 만큼 공해병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아연광산 하류 주민 수십명이 카드뮴에 중독돼 고통을 호소하거나 숨진 사건. 1910년부터 문제가 제기됐으나 원인은 1968년 규명됐다. 일본어 ‘이타이’는 ‘아프다’는 뜻이며 수은 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과 함께 대표적인 공해병이다.

고성=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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