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내 아이 학교서 엄마들도 공부해요”

  • 입력 2004년 6월 3일 21시 55분


“부모부터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월 개교한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서재중학교는 4월부터 학교 안에 ‘학모교육대학’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만들었다. 교실 한 칸을 아예 학생들의 어머니 전용 공부방으로 개조한 것이다.

4월 8일 1기로 입학한 어머니 40명은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4시반까지 이 곳에서 공부를 한다. 입학식 때는 신상철(申相澈) 대구시교육감도 참석했다.

1년 과정인 이 프로그램은 결코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12월 9일까지 30주 152시간을 마쳐야 사각모를 쓰고 ‘졸업’을 할 수 있다.

꼬박꼬박 출석만 한다고 졸업장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학모들은 매주 열리는 교육과정을 예습 복습하고 연구까지 해서 ‘졸업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졸업논문 심사에서 떨어지면 졸업장 대신 수료증만 준다.

졸업 후 학생상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도록 하기 위해 학사과정이 엄한 편이다.

프로그램은 △학교발전과 학부모의 역할 △학교운영 법규 △자녀와 효율적인 상담 △부모 교사 학생의 효과적인 인간관계 △청소년 문제와 가정 △학습지도 요령 △건강과 공부 △자녀의 성교육 등으로 매주 주제가 바뀐다.

강사도 교육감에서부터 자치단체장, 의사, 대학교수, 레크리에이션 강사 등 다채롭다.

이 학교에 학모교육대학이 등장한 것은 정병표(鄭秉杓·56) 교장의 신념 때문. 그는 청소년을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이 쌍두마차처럼 끌어야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회변화가 매우 빠릅니다. 학교가 청소년 교육을 모두 떠안기는 어려운 세상입니다. 국내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관심이 매우 높지만 자기 자녀만 생각하는 이기적 태도가 없지 않아요.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교육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교장은 지난해 ‘훌륭한 자녀는 부모가 만든다’는 두툼한 책을 만들었다. ‘공부에도 거름을 주라’ ‘지능지수와 성적’ ‘자녀와의 대화’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은 학모교육대학의 교재다.

그는 목요일 오후에는 불가피한 출장이 아니면 ‘맹모(孟母) 학생들’ 앞에 서서 열강을 한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결석하는 학모도 거의 없다. 수업일수 95% 이상을 출석하지 않으면 탈락된다.

학모대표인 정선희(鄭善姬·38)씨는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교육에 애착이 많겠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돼 매우 유익한 느낌”이라며 “아이들에게 막연하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기보다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살펴볼 수 있는 태도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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