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인 6일 경기 가평군 북면 화악2리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
나영일씨(59·서울 중랑구 신내동)는 육군 27사단이 2일 이곳에서 발견한 흑백사진의 주인공이 1951년 전사한 형 영옥씨(당시 21세·상병.사진)인 것을 확인하고 형 영환씨(72), 누나 옥자씨(64) 등과 함께 목 놓아 울었다.▶본보 4일자 A22면 참조
53년 만에 ‘돌아온’ 영옥씨는 비록 옛날의 수려했던 용모가 아닌 유골상태였지만 가족들은 유해나마 찾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영정에 절을 올렸다.
영일씨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형의 사진을 본 아들(31)이 ‘큰아버지가 틀림없다’고 말해 육군에 연락했다”며 “오늘 형인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북한에 포로로 살아계셨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전남 순천사범학교를 다니던 영옥씨는 고등고시를 치르기 위해 잠시 공부를 중단하고 전남 벌교에 있는 법원등기소 서기로 근무하다 6·25전쟁이 터지자 부산 피란지에서 학도병으로 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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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씨는 “8남매 중에서 가장 똑똑했던 형은 대한청년회 훈련부 간부로 활동하다 홀로 부산으로 피란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나온 사진은 형이 법원등기소에 다닐 때 찍은 것으로 왼손의 손목시계와 왼쪽 윗주머니 속의 만년필은 생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간직하고 있던 사진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영옥씨가 입대 전 고등고시 응시용으로 찍었다는 것.
가족들은 전쟁이 끝난 뒤 영옥씨를 기다렸지만 집에 온 것은 한 장의 실종통지서가 전부였다.
이후 현충일마다 국립묘지 위령탑을 찾아 형의 넋을 기리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던 영일씨는 형의 사망을 확인하고 그나마 형의 기일을 확인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군 관계자는 영옥씨가 1951년 2월 5일 가평군 화악산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17일 27사단 사령부 연병장에서 열리는 합동영결식에 참석한다.
가평=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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