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애국지사’ 묘비 국립묘지서 퇴출

친일 행위가 드러나 서훈이 취소된 ‘가짜 애국지사’의 묘비가 국립묘지에서 철거됐다.

국립 대전현충원은 일제강점기에 식민전쟁을 옹호하고 내선일체를 지지해 온 것으로 드러난 서춘(徐椿·1894∼1944)의 묘비(사진)를 5일 제거했다고 7일 밝혔다.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서 묘비가 제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현충원은 “서춘이 1996년 서훈이 취소돼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상실해 가족에게 묘를 이장하도록 수년 째 통보했으나 아무 조치가 없어 묘비를 제거했다”며 “이장하지 않으면 또 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춘의 가족들은 “추석 전까지 이장하겠다”고 현충원에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춘은 1919년 ‘2·8독립선언서’를 발표하는 등의 공로로 1963년 독립유공 대통령 표창 및 애국지사 서훈을 받아 1989년 대전국립묘지 애국지사 제1묘역에 안장됐다.

그러나 이후 서춘이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사 주필 등을 지내며 일제의 전쟁을 옹호하고 내선일체를 지지하는 글을 많이 쓴 사실이 드러나 1996년 12월 서훈이 취소됐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서춘과 함께 국립묘지에 안장된 김창룡 전 특무대장 등의 묘에 대해서도 이장할 것을 현충원과 국방부에 요청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