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 화단을 조성하면 어떨까요? 꽃밭이 생기면 보기에도 좋고 그 곳에 쓰레기를 버릴 사람은 없을 겁니다.”(주민)
요즘 인천 서구 연희동에 가면 동네 곳곳에 만든 작은 꽃밭과 자연학습장 등을 볼 수 있다.
서구가 올해 3월 각 동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벌이고 있는 ‘아름답고 늘 푸른 마을 만들기 운동’에 참여한 주민들이 자투리땅을 이용해 직접 가꾼 것.
이 동네에서 가장 먼저 꽃밭을 조성한 주민은 광명 17차 아파트 주부들이다.
39통장을 맡고 있는 이기남씨(45·여) 등 주부 40명이 쓰레기와 고물 등이 버려져 있어 골칫거리로 등장한 아파트 입구 공터 처리문제를 의논하다 꽃밭을 조성하기로 했다. 30평 규모의 이 꽃밭에는 주민들의 손톱을 곱게 물들일 봉숭아와 채송화 등 20여종의 꽃이 심어져 있다.
“처음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폐쇄회로(CC)TV와 울타리를 설치하자는 건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꽃밭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자 모두 찬성하더군요.”
이씨의 말이다.
이 아파트에 꽃밭이 생기자 이번에는 인근 18차 아파트 주민들이 정문 입구에 설치된 경비실을 허물었다.
평소 경비실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가 빈발하자 주민자치회가 이 자리에 물레방아 등 수경시설과 화단을 갖춘 주민쉼터를 만든 것.
자연학습장도 등장했다. 양지초교 주변에 거주하는 안명숙씨(39) 등 주민 50명은 지난달 학교 옆 100평 규모의 공터에 어린이를 위한 농촌체험장을 만들었다. 자녀들과 함께 밭을 일궈 상추와 콩, 고추 등 10여종의 채소와 밭작물을 심어 재배하고 있다.
이 동네 54명의 통장과 주민들이 벌이는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도 이색적이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연희동 115 일대 800평의 논을 임대해 모내기를 했다. 정성스럽게 가꿔 가을에 쌀을 수확하면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양승국 주민자치위원장(48)은 “동네 곳곳에 꽃밭이 들어선 뒤로 오가는 주민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 것 같다”며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54개 모든 통에 꽃밭과 자연학습장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97년 토지구획정리사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아파트와 상가 등이 들어선 이 동네에는 4만9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