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김씨 만취당파 종택인 경북 영주시 이산면 두월리의 괴헌고택(경북도 민속자료 제65호) 관리인 겸 장손인 김종국(金鍾國·62)씨가 최근 고서적 등 각종 유물 1만여점을 영주시 산하 소수박물관(7월 개장 예정)에 기증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서울역사박물관과 정신문화연구원 등에서 기증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소수박물관에 전시할 유물이 적은 점을 감안해 모두 기증했다”면서 “앞으로 이 유물들이 지역주민에게 유익한 전시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증 유물은 8대에 걸쳐 내려온 고서적 1700여점을 비롯해 대형 갓과 어사화 관복 가마 등 민속품 200여점, 그림과 서찰 등 고문서 8000여점 등이다.
이들 유물 가운데 퇴계 이황(退溪 李滉) 선생 등 조선시대 유명 선비 120여명의 서찰을 책 형태로 묶은 ‘간첩’과 퇴계 선생이 선조에게 성군이 되기를 바라며 군왕의 도를 적어 바친 ‘성학십도’ 목판본 초본 등 일부는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씨는 “15∼20년 전에 딱 두 번 도둑이 침입해 병풍과 그림 등 일부 유물을 훔쳐간 것을 제외하고 다른 유물은 모두 잘 보존해왔다”며 “이젠 괴헌고택 내에 있는 비밀창고 등이 필요 없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영주시는 김씨가 기증 의사를 밝힌 직후인 지난달 21일부터 최근까지 직원 4명과 트럭 등을 동원해 1t 트럭 4대 분량의 유물을 모두 소수박물관 수장고로 옮겼다.
김씨는 “골동품 수집상 등이 거액을 제시하며 일부 유물을 팔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조상 대대로 내려 온 소중한 유물이기 때문에 돈을 받고 넘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과 부산에서 무역상으로 일하다 은퇴했으며 노모와 부인 등과 함께 1년 중 절반은 괴헌고택에서, 나머지는 자녀(1남1녀)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각각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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