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임순형씨(49)는 중국 허베이(河北)성 취양(曲陽)현에서 실물 그대로 주문제작한 광개토대왕비를 12일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 앞마당에 세웠다.
이 비는 높이 6.3m, 둘레 1.3∼2m로 확인된 한자(漢字) 1800여자도 원형 그대로 새겨졌으며 모양과 색도 비슷하다.
임씨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요즘처럼 힘겨운 시기에 많은 사람이 고구려인의 웅대한 기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9년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실제 광개토대왕비를 처음 본 그는 이후 똑같은 비석을 만들어 국내로 들여올 계획을 세웠으나 몇 차례 실패를 거듭했다.
광개토대왕비가 있는 중국 지린성 일대에는 비석에 쓰이는 종류의 돌이 없었고 수소문 끝에 취양현 일대에서 검은색이 감도는 비슷한 돌이 생산되는 것을 안 것이 지난해 초.
처음 본 이후 제작을 결심하고는 다시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에서 자동차로 꼬박 23시간 걸리는 지린성까지 4번이나 왕복하다가 자동차 전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광개토대왕비를 세우겠다는 그의 결심을 꺾지는 못했다.
그는 “원래 광개토대왕비도 다른 지방에서 돌을 구해 새긴 뒤 옮긴 것 같은데 크레인으로도 힘든 작업을 어떻게 했을지 불가사의하다”고 말했다.
석공이 광개토대왕비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세로 형태가 아닌 가로 형태의 비석을 만들기도 했고, 비슷한 외형을 만들다가 깨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1년여 만에 원형과 흡사한 작품이 중국 석공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고 12일 150t의 크레인이 사흘간 작업 끝에 웅장한 모습의 광개토대왕비를 설치했다.
한 터전에서 6대째 살고 있는 그는 장군총 등 중국에 있는 고구려 고분과 고분 내에 있는 벽화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한국에 세우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라고 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농기계 등을 수천점 갖고 있는 그는 민속박물관을 세울 계획도 갖고 있다.
그의 동생 임순남씨는 한국 호랑이가 아직 한국 땅에 남아 있다고 보고 연구소를 설립해 수년째 호랑이의 발자취를 쫓는 등 형제가 이색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씨는 “한자도 잘 모르는 비전문가이지만 역사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다”며 “누구든 아이들 손잡고 와서 고구려인의 기개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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