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의 효능에 대해서는 현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엄격한 의학적 기준을 통과해 효과가 입증된 사례는 치통 등 아직은 몇 가지밖에 안 된다. 동양의학적인 개념에 입각해 만들어진 침구의학의 효과를 서양의학 또는 과학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일 자체에 한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침구를 시술하는 의사들은 공통적으로 침구가 상당히 많은 사례에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도 침구에 대한 학술적 대중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침구는 한의사들만의 관심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일부 ‘양의사’들도 침구를 배우고 있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의사들의 침구시술이 제약돼 있긴 하지만, 과거에 침구를 비과학적이라며 배척했던 의사들이 침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획기적인 변화다. 대학 부설 사회교육원 등에서 1∼2년 과정으로 침구교육을 받는 일반인도 적지 않다.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상당수가 자신과 가족의 일상적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침구를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사회에서 발전했던 건강의 자조(self-care)운동이 우리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침구를 고령자의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는 전문 침구사 양성제도가 있는데, 최근에는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위한 개호보험(노인 수발보험)이 만들어지면서 침구사들이 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케어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노인들을 돕고, 침구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 침구의학의 선도자인 메이지 침구대의 마쓰모토 교수에 의하면 운동능력이 저하된 노인들에게 주 1회씩 정기적으로 침구 시술을 할 경우 거동불편 등의 문제가 해결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한다. 일부 경제학자들도 침구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일본의 상황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는 건강보험의 재정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비 증가가 중요 요인 중 하나다. 많은 노인들이 질병보다는 스스로 옷 입기, 목욕하기 같은 최소한의 일상운동능력이 저하돼 타인의 수발보조를 필요로 한다.
‘저렴한 의료’인 침구를 통해 이들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도록 한다면 비용-효과의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에서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비용-효과적인 자원 활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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