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에 근무하다 지난해 4월 울산시로 발령 난 박재택(朴載宅) 행정부시장에게 서울의 친구들은 한결같이 이런 걱정을 했다고 한다.
1년이 지난 지금 박 부시장은 “서울에서는 흰 와이셔츠를 하루만 입어도 소매가 새카맣게 변했는데 울산에서는 이틀 동안 입어도 괜찮을 정도”라며 “울산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이 빚은 오해”라고 진단했다.
광역시 승격 이후 울산시는 월드컵을 유치하고 도심공원을 잇따라 조성하고 태화강도 살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공해도시’라는 도시 이미지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울산발전연구원이 2월 시민과 전문가 등 4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82%가 울산을 ‘공해와 공업도시’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점을 두고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분야로는 53%가 환경과 문화개선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울산시와 기업체가 매년 수천억원의 환경개선 비용을 투자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악취공해와 대형 폭발사고 때문에 ‘공해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공해도시라는 이미지 탈피를 위해 울산시는 ‘문화도시’, ‘생태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사업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부족과 울산시의 의지가 부족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울산을 전국과 세계에 알리기 위해 5억여원을 들여 창작 뮤지컬 ‘처용’을 제작했지만 울산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년여만에 공연을 중단했다.
2002년 4월에는 울산과 일본 키타큐슈(北九州)를 운항하는 국제여객선 ‘돌핀 울산호’가 취항했다. 하지만 일본 관광객을 유인할 관광상품 하나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 이 배는 운영난에 허덕이다 결국 이달 초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국내 유일의 선사시대 암각화인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1년에 8개월 이상은 물에 잠겨 원형이 훼손되고 있지만 보존대책은 물론 제대로 된 진입로조차 없다. 관광객들에게 울산을 ‘문화 불모지’로 각인시키고 있는 사례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매년 반복되는 대규모 노사분규도 울산을 ‘투쟁 지향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울산대 유석환(柳錫煥·울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교수는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울산의 기존 산업구조를 정밀화학과 IT, 문화산업으로 다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에서는 외지인들에게 울산의 참모습을 효율적으로 알리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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