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재배치’ 직격탄 맞은 동두천]미군 썰물에 경제 바닥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43분


15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관광특구. 고객인 미군은 물론 일반 행인들의 발걸음조차 뜸하다.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상점도 즐비하다. 상인들은 “무더위 속이지만 마음은 한겨울처럼 춥다”고 입을 모았다.-동두천=이동영기자
15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관광특구. 고객인 미군은 물론 일반 행인들의 발걸음조차 뜸하다.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상점도 즐비하다. 상인들은 “무더위 속이지만 마음은 한겨울처럼 춥다”고 입을 모았다.-동두천=이동영기자
외출이나 휴가 나온 미군들로 늘 북적거렸던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관광특구. 그러나 15일 오후에는 미군들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1달러짜리 피자를 파는 컨테이너 노점상은 오후 늦도록 문을 열지 않았고 분식집에는 ‘세 놓음’이라는 쪽지만 붙어 있었다.

목걸이를 파는 60대 노점상은 ‘미군이 떠나면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굶어 죽을 날이 이틀 남았다”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 노점상은 “20년 동안 장사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하루 매상이 10달러도 안 된다”며 “평생 미군에게 목걸이만 팔았는데 무엇을 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인근의 K옷가게도 마찬가지였다.

모자와 의류를 파는 이곳도 지난달에는 매상이 하루 50달러로 뚝 떨어졌고 지금은 모자가 한개도 팔리지 않는 날이 있다고 했다.

가게 종업원은 “문을 닫게 생겼는데 14일에는 검찰이 상표법 단속한다고 모자 9개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외국인 전용 술집을 비롯해 250개 업소가 밀집해 있다. 그러나 클럽 종업원인 필리핀인 K씨(25·여)는 “밤이나 낮이나 미군이 오질 않아 지난달부터 수입이 예전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보산동 관광특구는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는 동두천시의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군 재배치와 철수 결정 여파로 유례없는 한파를 맞고 있다.

동두천시의 전체 경제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를 향해 지원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자 ‘제2의 부안사태’를 경고하기도 한다.

보산동 상가번영회 이명석 회장(57)은 “동두천에 대규모 기지가 들어선 덕분에 다른 지역은 미군에 공여지를 내놓지 않고 도시발전을 이루지 않았느냐”며 “50년간 안보를 위해 희생한 데 대한 정당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일에는 2000명이 국회에서 평화시위를 했지만 정부가 반응이 없으니 다음에는 준비한 쇠파이프 1000개를 들고 가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인구 7만5000여명에 불과한 동두천시의 연간 지역내총생산(GRDP)는 7800억원. 이중 미군 관련 업종이 18% 정도인 14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거나 미군을 상대로 장사하는 인구는 3600여명으로 동두천시 시민이라면 가족이나 친척중에 한두명씩 있는 셈이다. 그런 탓인지 미군과 직접 관련이 없는 주민들까지 한목소리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강한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

동두천시는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지역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동두천을 포함시키고 전업 및 창업비용을 저리로 융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14일 손학규 경기지사가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을 때 상인들은 “망할 일만 남았으니 남은 물건을 경기도가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 클럽 주인 김모씨는 “어제는 밤새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미군 기지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전 준비용인 것 같다”며 “이제 동두천시 전체가 깡통을 찰 일만 남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클럽 주인인 김모씨는 “어제는 밤새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미군기지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전 준비용인 것 같다”며 “이제 동두천시 전체가 깡통을 찰 일만 남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용수(崔龍秀) 동두천시장은 “미군 재배치에 따라 주민들이 합당한 요구를 하고 있으나 중앙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주민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동두천 민심을 전했다.

최 시장은 이어 “동두천의 세 수입이 연간 172억원, 재정자립도는 25%에 불과해 자체적으로는 미군 재배치 이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대안이 없다”며 “반드시 미군 공여지를 동두천시에 넘겨 개발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두천시 면적의 42%가 미군 공여지”라고 전하면서 “공여지를 활용하지 못하면 동두천은 정말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상을 확인하면 사태의 심각성을 금방 알 텐데 도지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결과가 예측되는 상황인 만큼 이제는 정부가 대답을 해야 할 때”라면서 “시장도 주민들의 행동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두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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