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선 의원에 4개 정당의 대표를 지냈고 두 차례에 걸쳐 7년 넘게 국무총리에 재직하는 등 화려한 정치 인생을 걸어 왔던 ‘영원한 2인자’ 김종필(金鍾泌) 전 자민련 총재가 16일 정치인생 43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2002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삼성그룹에서 국민주택채권으로 15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그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완주·崔完柱)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해 최후진술을 했다.
김 전 총재는 법정이 어색한 듯 본인 확인을 하는 재판부의 질문에 앉아서 대답을 하다가 “일어서라”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또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관계자 10여명과 함께 정식 통로가 아닌 변호사 출입구를 통해 법정에 들어서기도 했다.
그는 삼성에서 채권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돈은 모두 재정난에 빠진 당 경비로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상길·朴相吉)는 이날 “건전한 기업문화와 깨끗한 정치풍토의 정착은 국민의 염원이자 시대적인 조류여서 비록 4년 전의 범법 행위지만 처벌의 당위성이 인정된다”며 김 전 총재에게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5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25일 오전 10시.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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