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애들은 컬러 점토 액세서리를 만들었지만 광고나 홍보를 안 해 실패했어요. 저희들은 물이 든 풍선으로 사람을 맞히는 사업을 벌였는데 2명이 별도로 홍보를 맡아서 돈을 많이 벌었어요.”
철준군은 또 캠프에서 문방구에서 지우개를 사고 심부름을 해 용돈을 버는 것 등 생활이 모두 경제라는 틀 속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경제 배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 방학을 달포 앞두고 경제를 가르치는 캠프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경제개념을 가르치는 만화나 동화책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저자인 독일인 보도 셰퍼는 지난해 내한 강연회에서 “돈의 개념을 이해하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보다 백만장자가 될 확률이 100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백만장자가 인생의 목표는 아니지만 어릴 적 돈을 이해하면 나중에 훨씬 윤택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캠프 이용하기=경제캠프는 은행이나 기업에서 직원과 우수고객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정적으로 해왔지만 최근에는 전문 교육기관이 일반 어린이를 대상으로도 많이 개최한다. 종류도 금융, CEO 체험, 경제기자 되기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보통은 나라를 세우고, 화폐를 만들고 물물교환, 사업 등을 놀이처럼 배운다. 경제를 배우며 창의력, 상상력 등을 기를 수 있으며 주로 팀을 만들어 놀이를 하기 때문에 협동심도 아울러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자칫하면 돈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국민은행 연구소 이삼호 차장은 “요즘 캠프가 너무 게임 위주여서 반나절 사이에 갑부가 되는 게임 등 경제를 잘못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캠프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 경제교육은 부자가 되는 테크닉이나 경제이론보다 경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기본소양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며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을 가르치는 캠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최근 발간된 ‘우리 귀한 외동아이 올바르게 키우는 법’(이미지 간)에서는 한 캠프에서 목격된 ‘발칙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캠프에서는 초등학교 4~6학년생에게 팀을 짜서 ‘백수아빠’라는 주제의 역할극을 하도록 시켰다. 아빠는 직업 없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내일까지 네 가족을 먹여 살릴 방법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생활비를 대줄 수 없다”며 최후통첩을 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뒤 얘기를 잇게 한 것.
그런데 한 팀에서 보험금을 타기 위해 할아버지를 청부 살인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아빠 역할을 맡은 아이는 살인 청부업자에게 수고비를 건네는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이 연극은 아이들에 의해 베스트 연극으로 선정됐다.
원광대 생활과학대 김정훈 교수는 “올바른 경제 교육은 이처럼 왜곡된 경제관에 대한 교정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유아 때의 경제교육=경제캠프는 계기일 뿐 전부는 아니다. 아이에게 제대로 된 경제관을 심어주려면 가정에서부터 꾸준히 경제교육을 시켜야 한다.
유아 때에는 돈을 포함해서 모든 자원은 늘 바닥나기 마련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 주말에 놀이동산에서 아이에게 3, 4개 정도의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동전을 주고 놀게 하면 아이는 동전을 다 쓰면 더 이상 놀이기구를 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슈퍼마켓에서 아이에게 돈을 주고 직접 과자를 사게 한다. 아이가 비싼 과자들을 사와 돈을 초과하면 돈을 보태지 말고 무엇을 빼도록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 갈 무렵이면 용돈을 준다. 처음에는 100원짜리만 주고 나중에는 50원, 500원짜리도 줘 돈의 액수를 비교하도록 한다. 이 무렵부터는 저축을 가르치는데, 투명 소재로 만든 저금통을 주는 것이 좋다. 돈 쌓이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
아울러 평소 아이가 무엇인가 사달라고 할 때 안 되는 이유, 광고와 현실이 다른 이유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초등학생의 경제교육=초등학교 입학 전후에는 저축을 본격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생일 등 특별한 날에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어 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아이가 직접 은행에 가서 저금을 하도록 유도한다.
용돈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공책이나 용돈기입장에 아이와 함께 아이가 한 달 동안 직접 쓰는 돈과 부모가 아이를 위해 쓰는 돈을 따로 정리한다. 또 한 달 지출에다 어버이날, 친구 생일 등 돈을 더 써야 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한 달 용돈을 정한다.
용돈은 넉넉히 주도록 한다. 대신 부모와 함께 있을 때라도 군것질거리 등은 자신의 돈으로 지불하도록 한다. 더러 “오늘은 네 돈으로 엄마에게 아이스크림 사주지 않으렴” 하고 제안하는 것도 괜찮다.
용돈은 처음에는 1주일 단위로 주고 나중에 한 달에 한 번 주도록 한다.
특히 ‘용돈계약서’를 쓰고 여기에 따라 용돈을 지급하면 교육 효과가 배가된다. 용돈계약서에는 아이가 가불했을 때 이자까지 명기하도록 한다.
경제윤리를 가르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훔치는 것은 나쁘고 거스름돈은 정직하게 받아야 하며 남의 돈을 찾아줘야 한다는 기본 윤리를 가르치고 부모와 함께 저축한 돈을 기부하는 경험을 겪도록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자녀개성에 맞춰 적당한 주제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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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여름방학을 달포 남기고 수많은 단체와 전문업체에서 캠핑 상품을 내놓고 있다.
캠핑은 자녀가 단체생활을 통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자칫하면 헛고생만 시킬 수도,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캠프나라 박우용 과장의 도움말로 자녀의 캠프 준비 요령을 알아본다.
▽자녀의 성격, 적성에 맞춰라=지나치게 내성적인 아이는 캠핑보다는 가족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 일단 아이를 캠핑 보내기로 마음먹었다면 자녀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보내도록 한다.
▽주제별 캠프를 이용하라=과학, 문화 예술, 예절 캠프 등 여러 주제별 캠프 중 2, 3곳에 보내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역사사관학교에서 주관하는 신라 유적 탐방(8월 3∼8일)과 서울 강서YMCA가 주관하는 백제 역사탐방(8월 9∼11일)을 이어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한 단체가 주관하는 여러 캠프는 보완적 성격이 강하므로 몇 군데에 함께 보내면 아이가 그 분야의 ‘척척박사’가 돼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주관 단체, 업체를 꼼꼼히 따져라=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금까지 캠프 운영 경험 등을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글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이 없거나 불만이 많이 올라온 업체는 피하도록 한다. 또 교사당 학생 수, 응급대책, 참가비 환불, 보험 가입 여부 등도 살핀다. ▽캠프에 보내기 전에=일단 캠프에 보내기로 했다면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공책과 필기구는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아이에게 병이 있다면 인솔자에게 반드시 얘기해야 하고 인솔자의 현지 연락처도 알아놓도록 한다. 캠프에서는 아이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와 연락하지 말고 인솔자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이의 독립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여름 어린이 경제캠프 | |||||||||
여름 어린이 과학 및 인문 교양 캠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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