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임경순/지방대 혁신, 국토균형 발전의 첫발

  • 입력 2004년 6월 2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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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NURI사업)의 사업단 선정 결과가 16일 발표되면서 정부의 지역특화형 인력양성 정책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지방대학이 지방자치단체 및 산업체 등과 공동으로 사업단을 만들어 지역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양성토록 하는 이번 사업에는 총 454개 사업단이 신청해 이 가운데 111개가 선정됐다. 2008년까지 5년간 총 1조42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지방대학들은 사활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신청자들이 제출한 제안서에는 지역의 전략산업 및 혁신클러스터를 육성하기 위한 인력 양성을 강조하고 졸업생들의 취업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는 지방대학의 고민이 들어 있었다. 이 점에서 이번 사업은 과거의 지방대학 육성사업과는 판이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신청자들이 사업제안서를 설명할 때 중심대학과 협력대학, 연구소, 산업체 등 참여기관의 대표들이 함께 참석해 통합된 의지와 상호보완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점 역시 과거와는 다른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방대학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평가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교육인적자원부는 과도할 정도로 객관성, 비밀 유지 등을 강조했다. 외부와의 연락을 막기 위해 평가위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은 이해하더라도 서면평가를 할 때 평가자들 사이에 토론을 억제한 것은 지나친 규제였다고 생각된다.

NURI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사업단 선정으로 끝나지 않고 각 사업단에 대한 지속적인 자문과 사업의 추진 실태에 대한 철저한 사후 평가를 해야 한다. 사업단별로 단계별 체크리스트를 면밀하게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사업진행 과정을 엄정하게 평가해 보완을 전제로 예산 집행의 조정이나 보류와 같은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 사업은 지역의 특화된 전략산업에 투입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인 만큼 사업단별로 제안서에서 약속한 사항들, 즉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교과목 개발, 대학의 정원 조정, 교원 확보 및 학생의 취업률 제고, 대학간의 연합 및 학사구조 개편 등이 반드시 이행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사업신청 경쟁률이 대체로 높았다지만 일부 지역은 단일 후보만 나서는 등 경쟁이 거의 없어 사업제안서의 내용 및 추진 의지가 다소 미흡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경쟁 없이 지역혁신은 없다는 인식 아래 이런 대학에 대한 별도의 사후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

NURI사업은 교육부가 주관한 것이지만 정부의 다른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혁신 프로그램과 긴밀하게 연결해 추진해야 혁신클러스터 육성을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NURI사업은 정부의 지방화 및 국가의 균형발전 정책을 구현하는 최초의 대규모 사업이며 앞으로 계속 등장할 다양한 지역혁신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사업이 종료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한 혁신 노력과 사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사업 당사자들과 정부 모두 명심해야겠다.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NURI사업 평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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