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구 주변에는 성분을 알 수 없는 흰 거품이 군데군데 피어올랐고 바위에는 해조류가 보이지 않은 채 석굴만이 덕지덕지 붙었다.
배출구에서 바다 쪽으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수심 4∼5m에 이를 때까지 줄도화돔 등 일부 어종만이 눈에 보일 뿐이었다.
화순리 해녀들은 “발전소의 온배수 때문에 주변 해양생태계가 변해 더 이상 건질 것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분당 37t씩 바다에 방류되는 온배수의 온도는 바닷물보다 6∼7도 정도 높아 여름철이면 숨이 막힐 정도라는 것. 해녀 오모씨(52)는 “전복 소라처럼 돈이 되는 해산물은 구경조차 하기 어렵고 간간이 나는 성게는 알이 영글지 않아 껍데기만 남은 것이 허다하다”고 울상 지었다. 이런 가운데 발전소 측이 증설 계획을 내놓자 해녀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1980년 가동에 들어간 남제주화력발전소는 현재 60MW의 발전용량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2006년, 2007년 주변부지 1만7000여평에 100MW급 발전기를 각각 1기씩 추가 증설할 예정이다.
화순리 정춘봉 어촌계장(63·여)은 “어장 한 가운데로 나오는 온배수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데 발전시설을 증설한다면 해녀 일터가 사라진다”며 “어장 피해가 없는 곳으로 배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어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과 피해보상을 놓고 현재 발전소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남제주화력발전소 최성균 소장은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을 냉각수로 활용했다가 그대로 방류하기 때문에 해양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지는 않는다”며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증설이 필요한 만큼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보상과 생태계 보존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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